자발적 퇴사 : 밑바닥에서 허우적대는 '나'

MESSAGE FOR ME

by 자기 고용자

2025년 3월 한 달 동안

무급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2025년 4월 퇴사했다.


보통은 갈 곳을 정해놓은 후 움직이라고 한다.

그 소리를 숱하게 들었다.

퇴사한 적도 많았으니까.


이번에는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모험하기엔 적지 않은 나이니까.

그때도 그러하긴 했지만,

그때는 젊음의 패기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막막하다.

7월이 될 때까지 이력서를 100통 가까이,

혹은 그 이상을 넣었지만

면접 본 곳은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진행이 되다가 흐지부지 된 곳들도 있고,

아무런 연락 없이 무응답인 곳들,

아예 이력서를 열람하지 않는 곳들도 많아서,

오히려 떨어졌다고 빠르게 알려준 곳들에는

더 감사했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버렸는지 돌아본다.

매 순간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으나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그 순간을 견디는 것'이었던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잘 해내니까

나를 부하직원으로 둔 리더들은

일을 맡겼을 때만큼은 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그러다 자신의 위치가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때면

어떻게든 나를 짓밟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들로 나도 모르게 억울해지는 시간들을

쌓아가고 있었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시점에 다다랐을 때,

'아, 내 잘못이었구나.'를 절실이 느낀다.


나는 '부하직원'이었다.

나는 그들과 같은 '리더'가 아니었다.


주도적으로 일하는 것은 모든 회사와

리더가 원하는 인재상이었지만,

그것은 그들이 제공한 영역 안에서

그들이 원하는 만큼만 제공하면 될 일이었다.


나보다 리더가 빛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내가 더 빛날 것 같으면

스스로 어둠으로 들어가기도 해야 했다.


그것은 비겁한 행동도 아니고, 무능도 아니었다.

그것은 지혜로운 자의 모습이었다.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자의 모습.


지속적으로 회사에 지원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나는 나를 잘 모른다.'였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무엇이 힘든지, 무엇을 잘하는지 등등.


이 터널의 끝에 도착하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누군가 다시 나에게

기대감을 가지고 사용해 줄까.


작년까지 나는

나의 노후가 걱정되지 않는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곤 했다.

올해 나는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가야 한다

혹은 가겠다고 말한다.


더 이상 내려갈 곳 없는 이곳에서

밑바닥의 모습을 만난다.


내려가고, 또 내려가서

더 이상 다다를 곳 없는 곳에서

그제야 다시 또 올라갈 수 있겠지.


그 시점이 언제이든,

그곳이 어느 곳이든,

나를 진정으로 만날 수 있는 곳.


나를 만나는 이 과정에서 잃지 말아야 할 것.

나 자신.


오늘도 긍정확언을 하고, 필사를 하고,

큐티를 하고, 일기를 쓰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응원했다.


이번 달에는 빛이 보이는 곳으로 가고 싶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의 어둠이 걷히고

빛을 향해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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