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게 하는 한 가지 : '나'라는 마지막 자존심
사람들은 나에게 종종 전 회사에서
다시 일하는 건 어떠냐고 묻는다.
대표님께 연락하면 얼마나 좋아하실지도 그려지고
다른 곳에서는 받을 수 없을 만큼, 내가 부르는 대로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나도 사람인데...
궁핍할 때면, 그리고 면접까지 진행되지 않는
채용과정을 볼 때마다
마음 무너지고
자존감도 무너지면서
아, 정말 안 되는 건가...
다시 돌아가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지 않겠냐 말이다.
지금 내게 남은 건,
일희일비하는 감정과
어떻게든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잡으려는
자존심뿐이다.
이 알량한 자존심마저 없으면
정말 무너질 것 같다.
때로는 기도하기도 한다.
대표님께 다시 연락 오면 그때는 못 이기는 척
알겠다고, 같이 일하겠다고 할 테니
연락 오게 해달라고.
차마 거절했던 제안을 내가 먼저
번복할 수 없었다.
이 마지막 자존심만은 지켜야
나 자신도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나를 보시고 엄마는 그러신다.
"아직 배가 덜 고프네."
그리고 회사 선배는 나를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아주 어린 친구로 본다.
'서른일곱이나 쳐 먹었으면서.'라는
그의 마음의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그가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말이다.
오늘은 친한 언니를 만났다.
언니도 몇 번 사업을 폈다 접었다 반복했다.
언니와 나는 애니어그램 4번 유형에
MBTI는 INFP로 서로 눈만 마주쳐도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린다.
언니는 오늘 나에게 "넌 J 지?"라고 한다.
나는 J가 되기 위해 엄청 노력했다고 말했다.
나는 사실 회사에 다니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너무 괴로워서 살기 위해 J를 훈련해야만 했다.
그렇게 또 나는 자기 연민에 스르르 잠겼다.
언니에게도 연민의 감정으로 나를 봐달라고
온몸으로 호소했다.
나도 모르게.
"그럼 너 엄청 노력한 거구나?!
엄청 노력 많이 했겠네~!!"
언니의 말로 지난날의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던 나의 잘못들이
정당화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내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엄청 노력했다고
스스로를 인정하게도 해주었다.
일희일비.
작은 일에도 슬펐다,
작은 일에도 기분이 좋았다.
요즘 나는 그렇게 작아져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괜찮다.
그냥 이 모습 그대로가 내 모습이니까.
나는 이 모습 이대로 살아가야겠다.
꾸역꾸역 회사를 다니는 것만이 나를 위한
오직 한 가지의 길은 아니니까.
진정 나를 위한 길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니까.
아니, 이미 벌써 그 길에 들어섰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