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거 하세요.' by 홍철책방

by 자기 고용자

삶이 이끄는 대로 살기로 했다. 하루하루, 주어진 대로. 걱정과 초조함으로 불안에 떨면서 하루를 보내든, 만족과 기쁨을 좇아 하루를 보내든, 하루 24시간은 동일하다. 그러나 하루를 채우는 요소들은 어떤 것들을 선택하냐에 따라 다르다. 오늘 하루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매 순간 선택해야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선택하는 것뿐이다. 그에 따른 결과는 나의 몫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뽑기를 많이 하기로 했다. 로또 맛집도 확률게임이라 구매자가 많은 복권방에서 당첨 확률도 올라가니깐. 그와 비슷한 원리를 내 삶에도 적용해 보기로 한다.


'예술'을 향한 삶을 살기로 작정한 지 일주일도 안되어서 어떤 회사로부터 이력서 지원 제안을 받았다. 지난주 인사담당자와 프리인터뷰를 했고, 내일 실무자 면접을 본다. 동시에 4월 말에 있을 1주 코스 예술인 워크숍에도 지원했다. 지난주 3곳의 알바자리를 지원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어떤 곳은 면접 보면서 '아, 여기는 할 만하겠다. 사장님이 날 마음에 들어 하시는 것 같다. 어느 정도 나와 결이 맞는 느낌이다.' 혹은 '음... 사장님이 날 좀 불편해하시는 것 같은데? 뭔가 안 맞을 것 같은데?' 이런 느낌들을 즉각적으로 받았다.


실제로 내가 느낀 것들을 사장님도 동일하게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3곳 중 1곳에서는 같이 일하자는 결과를 받았고 2곳에서는 이틀 후 연락 준다고 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다. 결국 알바도 내가 지원한다고 모두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 상황과 조건에 맞는 곳들에 일단 모두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일하기로 한 매장에선 정말 일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스케줄이 안 맞아서 결국 못 하게 되었다. 당장 돈이 급하긴 하지만 여기에서 일하면 예술을 하기 위한 원래의 취지를 또다시 놓치고 이도저도 아닌 게 될 것 같았다. 너무 아쉬웠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비록 돈은 없지만, 오늘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싶었다. 날씨를 매우 타는 '나'인데, 지난주 화실 선생님께서 강릉 당일치기 여행을 혼자 다녀오고 너무 좋았다며 엄청 추천해 주었던 게 생각났다. 현실적으로 지금은 여행가기는 무리다 싶었는데 자꾸 생각이 났다. 만약에 4월부터 다시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이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은 열흘도 안 남았는데?!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아니, 내가 그러하다.


지금 당장의 주머니 사정이 어떤지 그게 무슨 상관이랴. 오늘을 살기로 했는 걸. 이렇게 나는 또다시 비현실적인 길을 걸어가고 있다. 강릉 여행은 여전히 무리수고, 대신 이전부터 방문하고 싶었던 '홍철책방'에 왔다. 나의 차분한(?) 성격과 달리 오동방정의 끝을 달리는 듯한 노홍철은 다른 세상의 사람만 같아서 관심도 없었다. 그러다 작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어쩌다 알고리즘이 잡혔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노홍철 채널이 떠서 몇 개 봤다.


생각보다 멋진 사람이었다. '자기 긍정'이 필요한 시점에 노홍철의 모습은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듯했다. 그때 홍철책방을 알게 되고, 그의 예술작품(?)을 직관하고 싶었다. 한 번은 앞까지 왔었는데 하필 휴무였고, 시간도 마감 지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2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나와서 사무실 가면 무조건 졸 것 같았고, 봄날도 즐기고 싶어서 오후까지는 카페에 있어야겠다 싶어서 찾아보다가 저녁에 사무실 가야 하니깐....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하다가 다시금 생각난 카페.


특히나 마음에 들었던 건, 다른 어떤 희귀한 예술 작품 보다도 '하고 싶은 거 하세요.'란 문구가 적힌 냅킨 한 장이였다. 그 어느 때보다 현재 나에게 가장 절실한 문구다.


'하고 싶은 거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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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너무 놀랍다.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내 것이 아닌 것 같고, 내 것이 될 수 없을 것만 같고, 그래서 더 붙잡고 싶고, 더 갈망하게 되기도 하고, 약간은 설렘도 주는 그런 문구다.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것. 아빠와 언니의 기준에 늘 갇혀 있던 나를 꺼내 줄 문구. 36년 동안 '하고 싶은 것 하면 망할 것 같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삶'을 살아왔기에 고삐가 풀려도 쉽사리 그동안의 영역 이상을 내딛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의 선택이 철없어 보이고 무책임한 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오고 내일 후회를 가져다줄 것 같지만, 선택한다. 하고 싶은 대로.




노홍철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ㅎㅎ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싶은 걸 하더라도 뭘 먹고살아야 할지 고민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조금은 그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당장 다음 달 또 어떻게, 뭘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을 오늘은 하지 않기로. 그 고민은 다음 달에 꺼내보기로. 벌써 1년을 매일 같이 그 고민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있다. 그것이 기적이다.


1년 내내 다음 달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면서 즐기지 못했던 날들. 친한 언니는 "지금을 즐겨~!!"라고 매번 말씀하셨는데 당시에는 그 말이 정말이지 와닿지 않았다. 남의 이야기 같고, 언니도 나와 같은 불안의 시기를 지났던 걸 알지만 지금의 나는 버겁기만 하다고 외쳐댔다. 그러다 문득, 어제 집에 가는 길에 '지금 이런 자유가 곧 끝나면 어쩌지? 즐기지 못한 게 너무 아쉬울 것 같은데?'란 생각이 들었다.


내일 면접 볼 회사에 입사할 것 같은 느낌이 자꾸 들어서. 입사하라고 하면 나는 좋아해야 할까, 아쉬워해야 할까, 안도해야 할까?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 굳이... 이 시점에. 그러니까 그 언니의 말이 맞았다. 지금만 가질 수 있는 이 시간을 온전히 즐긴다면... 그걸로 이미 내 인생은 완성된 것이나 진배없다.




1주일이라도 해야 하는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이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살겠노라 했지만, 해야 하는 것들을 해야만 하고 싶은 것들도 할 수 있단 걸 알게 됐으니 해야 하는 것들에 휩싸여 있다. 그래서 두렵다. 4월부터 바로 회사에서 일하게 된다면... 아쉬움이 너무 클 것 같은데... 그래서 그 워크숍을 못 가게 된다면 아쉬움은 더 커질 것 같은데...


일어나지 않은 결과를 상상하며 또다시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다음엔 노트북이 아니라 책 읽고 일기를 쓰러 이곳에 다시 와야겠다. 이 봄날에. 목련이 핀 나무 앞에. 큰 창문이 활짝 열린 이곳에. 그렇게 나를 마주해야지. 다시. 다시 적어봐야지. 하고 싶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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