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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Jan 28. 2024

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

이 책 해피엔딩이에요.

1. 배신을 당했을 때 마음이란
2. 다음 사람은 무슨 죄


1. 배신을 당했을 때 마음이란

나는 사랑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은 처음 사랑하는 사람, 즉 첫사랑과 백년해로에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어른들이 흔히 '많이 만나봐야 한다', '많이 만나야 알 수 있다'라고 했지만 돌이켜보니 많이 만난다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이리저리 재다가 좋은 사람을 놓칠 수도 있다. 모든 건 운이고 운명이기에 첫 번째에 평생의 반려자를 만나 그 사람과 결혼하는 게 가장 좋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살면서 이별이라는 아픔을 굳이 겪을 필요가 없고 실제로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이별로 인한 성장은 허울뿐인 위로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팔 부러지고 나서 뼈가 다시 붙으면 더 단단해진다는 말도 안 되는 속설 따위 말이다.

7년을 만난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왜 그랬냐는 말에 '처음의 설렘이 그리웠다'라는 얘기에 그녀를 탓하기보다는 묘하게 설득되기도 했다. 왜인지 모르게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게 내 잘못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우린 추억이라는 게 있는데... 돈 없던 시절에 서로를 아끼며 지냈는데... 믿기지 않았다. 처음에는 최대한 길거리 데이트를 즐기고, 1인분만 주문해도 되는 식당을 가고, 거창한 선물보다는 손 편지를 더 선호했었다. 그런 시절을 지나 이제는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서로에게 생겼는데 이제 와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마음이 답답하고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 예전 사진들을 정리하며 집에서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

정말 연애가 하기 싫었다. 최이로 작가의 <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라는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게 바로 그때의 기억이다. 그리고 책 내용을 보면서 작가가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공감이 되었다. 작가의 연애사를 속속들이 열어볼 수 있는 이 에세이를 통해 작가가 정말 힘든 연애를 했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자신의 연애를 쓸 수 있는 용기가 갸륵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재지 않고 모든 것을 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나였기에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연애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내 연애 인생에서 엄청난 재난이라 할 수 있는 그 이후 몇 번의 연애를 더 하기도 했다. 다만 조금은 불안정했다. 내가 연애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과거를 보듬어주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지만 내가 예전처럼 상대에게 마음을 충분히 열지 못했다.


2. 다음 사람은 무슨 죄

결국 좋은 사람과도 헤어지게 됐다. 전적으로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모자란 것 같고, 상대에게 나의 감정과 생각을 너무 강요한 게 아닌가 싶다. 예전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다음 사람에게 그 태도를 전가하는 건 너무 공정치 못하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정말 싫어하는 상황이 있다. 중학교 때 지각, 결석 많이 하는 학생들이 늘어나자 담임선생님께서 조회시간에 등교 시간을 지키라고 막 열변을 토하셨다. 그런데 사실 조회시간에 앉아있는 아이들은 평소에 등교 시간을 잘 지킨 아이들 아닌가. 굳이 착한 친구들에게 시간을 할애하며 아직 학교에 오지 않은 친구들에게 할 훈계는 할 필요 없었다는 것이다. 내 연애도 그렇다. 전 여친에게 해야 할 행동을 현 여친에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사람은 무슨 죄...

그때 알았다. 다음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먼저 좋은 내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 많이 듣던 얘기지만 이게 정답이었다. 그리고 <저, 연애 안 하겠습니다>를 읽고 좋은 내가 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나를 가장 먼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임을 알았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사실 나 혼자 여행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남자이기 때문에 밤거리가 무섭거나 낯선 곳에 무슨 해코지를 당할까 봐 걱정되는 게 아니라 재미가 없을까 봐 두렵다. 해외여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가야 하는 곳인데 나 혼자 떠나면 그 적막함은 어떡하지.

그래서 이 책을 보며 나를 안아주는 법을 새삼 배웠다. 나도 내가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고 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어도 안정되지 못하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다음 연애는 그러면 안 된다. 이 책을 쭉 읽어보면 결국 최이로 작가님은 우리에게 연애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건강한 연애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 이 책을 출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끝까지 읽으면 굉장한 반전이 나온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 그래서 이번 글의 제목을 '이 책 해피엔딩이에요'라고 적었다. 많은 독자들의 그녀의 생각과 마음을 함께 공감하며 위로받는 시간이었으면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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