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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Feb 04. 2024

환자명: 대한민국

사회 갈등, 계층 이동성 하락, 저출산이라는 3가지 증상을 말하다

1. 낭만이 사라진 시대
2. 원인과 결과는 저출산으로 수렴


1. 낭만이 사라진 시대

주인공이 KO 펀치를 맞고 비틀거린다. 겨우겨우 잃어서지만 다시금 상대의 펀치를 맞고 쓰러진다. 주인공을 응원하는 여자친구와 가족들은 눈물로 응원한다. 이겼으면 좋겠지만 더 이상의 고통은 보고 싶지 않다. 그냥 그렇게 끝났으면 좋겠다. 충분히 그걸로 만족하고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 주인공은 어떠한 메아리를 듣고서 일어난다. 그동안의 연습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크다. 그렇게 일어난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힘을 발휘해 주먹을 휘두르고 그렇게 경기에서 승리한다. 클리셰가 가득한 권투 만화 혹은 영화를 적어봤다. 영화 록키도, 만화 더 파이팅도 사실 이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을 보는 이들은 다들 결말을 그릴 수 있다. 우리는 뻔하지만 그것이 좋아서 본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역경을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마음이 원동력이 되어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인류가 경제적, 문화적으로 성장, 발전해 온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러한 모든 것을 희망이라는 단어로 정의해 봤다. 그렇다. 인간은 희망을 먹고사는 동물이다. 인간 외의 동물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힘든 환경에 직면했을 때 살려고 발버둥 치는 이유는 살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 아니라 어떠한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든 역경이 다가와도 희망이 있다면 버틸 수 있다. 그 희망이라는 것은 한 가지로 특정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경제적 자유일 수 있고, 누군가는 부모와 자녀이며,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 누군가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작품 활동 일 수 있다.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작은 길이 보인다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낭만적이다. 낭만의 시대.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것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의 경제가 50년, 60년 전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살기가 더 좋아졌는지는 모르겠다. <환자명: 대한민국>은 바로 그런 현실에 대해 말한다. 지금처럼 사회갈등이 난무하는 시기도 없었으며 대화와 토론이 전혀 안 되는 불통의 시기도 없었다. 또 계층 간의 이동도 어려워졌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경제가 저성장에 들어가고, 사회가 안정기로 진입되어 가면서 경제적 파이가 고착화됐다. 이는 아무리 노력해도 새로운 원하는 위치로 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 기득권이 이미 차지하고 있는 파이가 더 커지지 않기 때문에 그들과 섞일 수 없으며, 기득권도 자신들 것을 내어 줄 아량과 여유가 부족하다.


2. 원인과 결과는 저출산으로 수렴

사회는 점점 팍팍해진다. 그리고 그 원인과 결과는 저출산으로 수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출산이라는 말은 사실 20년 전부터 나왔던 말이다. 우리나라 인구 형태가 피라미드형에서 종형으로 변하고 있다는 말은 20년도 더 된 교과서에도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책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당장의 현안에 밀려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 사실 자녀를 많이 낳고 있는 상황이면 지금의 현실은 문제가 덜 되는 게 사실이다. 계속되는 노동인구가 밑에서 올라오며 사회가 고성장하면 사회갈등도 계층 간 이동도 자유롭게 된다.

최근에 공정이라는 단어가 대두된 것도 원하는 자리가 한정된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이 전에는 비리가 훨씬 심했다. 그렇지만 '공정이라는 착각'이라는 책이 인기를 끌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10자리 중에 5자리가 비리로 채워지더라도 나머지 절반 자리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내 것이 되도록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애초에 자리가 1~2자리밖에 나지 않는데 그 자리를 기득권이 차지해 버린다. 노력해도 차지할 수 없으니 당연히 공정이라는 단어를 들고 일어설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또 저출산으로 귀결된다. 사회가 힘들어지니 아이를 낳을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 책에서 재밌던 부분은 젊은 층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의 수가 1~2명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여력이 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은 0.7명 수준이다.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환자명: 대한민국>이라는 책을 재밌게 봤다. 경제적 관점에서 진단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되어야 다음 스텝도 밟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는 먹고사는 게 참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라고 각자의 삶이 어렵고 희망이 불투명하니 점점 사나워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우리 사회에 대해 쉽게 그러나 깊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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