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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Feb 10. 2024

정치 발언

회사에서 우연찮게 정치적 얘기를 하게 되었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고 대화 속에 그런 주제가 나오면 순간 경직된다.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애매하다. 친구들끼리도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데, 매일 얼굴 봐야 하는 회사 사람들과의 정치 대화는 정말 쉽지 않다. 내 스스로도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모르겠는데 남들에게 내 정치 성향이 결정되고 싶지도 않다. 정치는 그때그때 나를 위한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래서 가끔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 어른들에게 서울이라고 답할 수 있을 때가 감사하고 심지어 안도까지 하게 된다. 고향이 어딘지, 야구팀을 어디 응원하는 지로 정치 성향까지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숨게 된다. 그런데 이는 나 혼자만 느끼고 있는 현상은 아닌 듯싶다. 베프인 친구도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술자리를 해도 정치적 발언이 거의 나오지를 않는다. 진짜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나 경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이야기해도 지금처럼 혼란의 소용돌이 속의 현 대통령과 야당 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안 한다. 정말 큰 이슈지만 입에 올리지 않는다. 일반 사람들의 입에서 정치적 이야기는 일주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방송 뉴스나 유튜브에서 나오는 정보와 댓글이 전부인 게 된다. 그런데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게 맞는 건가?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 정치는 없어진 느낌이다. 아니 정치는 있다. 매일 비판적 뉴스가 나오는 만큼 나는 우리나라 정치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라 믿는다. 해방 후 단기간에 이례적인 경제적, 교육적 성장을 달성한 우리나라는 그 어려운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발전도 이루었다. 다른 나라에서 매우 놀라면서도 배우려 한다. 그런데 매우 걱정스러운 건 최근에 그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지까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지 않는 건 확실하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 정치가 없어진 느낌이라고 한 것이다. 결국 현장에 남은 목소리는 양극단의 열규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견이 전부인 듯 전해진다.

사람이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응원하는 야구팀, 축구팀을 바꾸라고 한다고 바꿀 수 없는 것이고, 좋아하는 음악을 바꿔달라 해도 그게 말처럼 될 리가 만무하다. 마음이 안 가는데 어찌 몸이 가겠는가. 그러면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방법은 없으면서도 심플하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논리적이든 감성적이든 꾸준히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정치에서만큼은 그런 담론의 장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편 가르기와 규정짓기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아, 쟤는 저쪽 당이구나.' '우리 쪽 아니구나.'로 색깔부터 구분하려 한다.

그런데 이게 또 정치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지역갈등, 종교갈등, 젠더갈등, 세대갈등처럼 모든 분야에 만연해 있다. 양극단의 목소리가 전부인 양 대표되고 중간층의 의견은 묵살된다.


왝더독이라는 말이 있다. 'Wag the Dog'. 문장 그대로는 '개를 흔들다'라는 뜻인데, 숨겨진 풀이는 '개의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들다'로 해석된다. 개의 몸통이 꼬리를 흔들어야지, 꼬리가 몸통을 흔들다니. 그래서 이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일 때 사용하며, 흔히 주식시장에서는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에 역으로 영향을 줄 때 '왝 더 독' 현상이라고 한다. 선물은 미래의 현물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물시장이라는 것은 현물시장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현물시장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현물시장이 오를 것 같으면 선물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잡는 게 유리하다. 그런데 만약에 이 상황에서 선물 매수 포지션을 잡았으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주식 시장의 주도 세력이 말이다. 이럴 경우는 올라가야 할 현물시장이 선물시장의 세력에 장악당하여 올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다. 현물시장을 예측해서 선물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세력들이 투자한 선물시장에 현물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이때 '왝 더 독'이라고 한다.

이렇게까지 이 현상에 대해 설명한 이유는 이런 왝더독 현상이 경제적 용어로만 그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정치, 사회, 문화 분야까지 미치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다. 왝더독이 아닌 건전한 토론 문화가 형성됐으면 한다. 양극단의 이야기만이 존재하고 중간층은 샤이shy하게 남아있는 건 장기적으로 그 사회의 건전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wag its tail'이 자연스러워지길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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