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사랑한 R&B 그룹
한국이(혹은 한국을) 유독 좋아하는 R&B 그룹이 둘 있다. 하나는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팀, 올 포 원(All-4-One)이다. 두 팀 모두 4인조이고(보이즈 투 멘의 경우 한 사람이 탈퇴하여 지금은 3인조이다.), 환상의 하모니를 자랑하며, 아름다운 러브 발라드를 많이 선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올 포 원의 경우 1998년에 발표한 앨범 [ON AND ON]의 마지막 트랙으로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리메이크하여 'I Don't Wanna Cry'라는 제목으로 수록한 바 있을 정도로 한국에 친화적인 그룹이다.
그 밖에도 올 포 원은 이승철,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 등에게도 곡을 선사하고, R&B 싱어송라이터인 임세준과 자신들의 대표곡 'Someday'를 듀엣으로 발표하는 등 한국 뮤지션들과의 교류를 이어감으로써 한국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일방적인 사랑은 당연히 없겠지. 아마 우리나라 팬들이 자신들에게 보여준 사랑을 잊지 못하기에 계속해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일 테다.
내가 가진 올 포 원의 앨범이 그만큼 많지가 않아 송구스럽기는 하다. 이들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준 'I Swear'가 실린 데뷔 앨범도 내게는 없고, 다른 대표곡인 'I Can Love You Like That'이 실린 2집 앨범도 없다. 대신 이들의 노래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인 'I Will Be Right Here'가 실린 [ON AND ON] 앨범은 가지고 있다. 저 곡에 참 사연이 많다.
'I Will Be Right Here'를 처음 접했던 시기는 2002년,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방황을 겪던 시기였다. 학교에서는 따돌림당하고 겉돌면서 공부는 완전히 손을 놨고, 음악을 하고 싶은데 집은 가난해서 다들 안 된다고 하고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던 그때 이 곡을 듣고 완전히 반해버렸다. 가사야 영어니까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이 곡의 무드와 사운드, 특히 흑인 멤버의 그 굵고 진한 목소리에 마음을 뺏겨버렸다.
R&B가 팝 음악처럼 가벼워지게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는 이유로 보이즈 투 멘이나 올 포 원 등을 깎아내리는 일부의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데 어쩌란 말인가. 가벼우면 어떻고 무거우면 어떤가. 가벼우면 가벼운 대로 좋다. 꼭 무겁고 진지해야 하는가? 이 아름다운 멜로디, 환상적인 하모니를 듣고 어떻게 마음을 뺏기지 않을 수 있는가?
비교하려는 건 아니지만 보이즈 투 멘의 음악은 하모니를 조금 더 중시하는 것 같고, 올 포 원은 멜로디에 조금 더 치중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올 포 원이 한국 팬들을 많이 끌어모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국 팬들은 직관적인 걸 좋아하니까. 어렵고 복잡한 것보다는 쉬운 것, 가벼운 것에 반응하는 편이니까.
아무튼 나도 그 중 하나이다. 그 당시에는 복잡하고 싶지 않았다. 내 고민만으로도 너무나 삶이 무거웠다. 그래서 이들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하모니에 그저 속절없이 내 마음을 다 줘 버렸다. 이 곡 하나만 몇 번을 돌려 들었는지 모른다. 당시 나는 64MB(GB가 아니다. MB 맞다.)짜리 삼성 yepp mp3 플레이어에 딱 10곡 남짓을 골라 그것만 계속 듣고 다녔는데 그 중 한 곡이 바로 올 포 원의 'I Will Be Right Here'이다. 지금 나의 보관함에는 약 3만 곡에 육박하는 방대한 음악들이 담겨 있지만, 그 3만 곡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10곡이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 내 곁에 있어 준 소중한 노래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올 포 원의 'I Will Be Right Here'이다. 어째 제목도 딱 그러냐. '내가 곁에 있어 줄게'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