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클럽'에 이름을 올린 비운의 천재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짐 모리슨(Jim Morrison).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 일단 이름 첫 글자가 알파벳 'J'로 시작한다는 점, 그리고 모두들 60년대 중후반에 활발하게 활동했던 뮤지션이라는 점, 마지막 한 가지는 안타깝게도 모두 스물일곱 살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하였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 세 사람을 묶어 '27클럽'이라고 따로 논하기도 한다.
현대에 와서도 비슷한 비극이 재현되었다. 90년대에는 너바나(Nirvana)의 프론트맨이었던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역시 스물일곱 살의 나이로 스스로 삶을 마감하고 만다. 이쯤되면 스물일곱 살에 뭐가 있나 싶은데... 21세기에도 '27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가수가 있다. 바로 천재 소울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이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음악성은 완전히 원초적인 것이었다. 라이브 무대를 찾아보면 알겠지만 그녀는 거의 대부분 무대 위에서 취해 있는 모습이다(무엇에 취해 있는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다.). 혀가 꼬여 멘트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숨쉬듯 자연스럽게 노래를 뱉어낸다. 방금까지 취해서 비틀거리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태연자작하게 노래하는데, 그 노래 앞에서 속절없이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다.
그녀의 노래를 두고 음정이 맞니 안 맞니, 박자가 어떻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댈 필요가 없다. 이런저런 음악 이론 같은 것들도 그녀의 노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그녀의 노래는 비록 예쁘게 다듬어지지 않았을지는 모르나, 그 어떤 다른 노래들보다도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은 파괴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으며 스스로를 짓이기는 삶을 살면서 부르는 노래이기에 그렇다.
에이미 와인하우스는 사실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처음에 뮤지션으로 성공하게 되었을 때도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곤경을 겪었다고 하는데 그런 빈틈을 황색언론이 파고들면서 에이미의 시련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에이미의 사소한 실수도 가십화하여 기사를 써대고, 거기에 에이미가 공격적으로 반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에이미가 알코올 및 다른 약물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서 이 모든 비극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2006년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인 [Back To Black]에 수록된 'Rehab'이라는 곡의 가사가 자신을 알코올 중독 치료 병원에 데려가려는 이에게 '나 병원 끌려가기 싫어'라고 말하는 내용이다...
에이미의 삶과 노래의 궤적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겹쳐지는 인물이 하나 있다. 바로 대한민국의 영원한 가객, 故 김현식이다. 두 사람 모두 지독하게 외로운 삶을 살았고, 술에 과도하게 의존했고, 자신을 육과 영을 모조리 노래 속에 갈아넣으며 살다가 떠났다. 이럴 수밖에 없는 걸까. 천재들이 우리 곁을 이토록 일찍 떠나는 일은 언제나 안타깝다. 팍팍한 세상에 적응하기엔 이들의 영혼이 너무 맑고 순수했기 때문인 걸까.
어쨌든 그들은 떠났지만 우리 곁에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심지어 에이미의 경우는 사후에 [Lioness: Hidden Treasures]라는 이름으로 유작 앨범이 발표되면서 남은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Back To Black]과 [Lioness: Hidden Treasures] 두 앨범을 듣고 있으면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소울에 기반하여 블루스, 레게, 스카 등 장르적으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하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 왔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계속 살아 있었더라면 장르를 아우르는 올라운더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다. 말도 못하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