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시계를 따라간 소울 뮤지션
앰프 피들러(Amp Fiddler)라는 이름의 이 뮤지션은 나도 누군가로부터 추천받아 듣게 되었는지라 정보가 빈약하다. 오로지 그가 2007년에 발표했던 이 작품으로만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충분할 것 같다. 2007년이라는 시대는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니요(Ne-Yo) 등이 R&B 음악을 댄스 팝처럼 만들어서 유행시키고 있던 때였기 때문에 또 한 번 R&B의 뿌리가 위기를 겪어야 했던 격동의 시기였다.
90년대에 러브 발라드 일색으로 첫 번째 위기를 겪다가 네오 소울로 겨우 극복하나 했더니, 2000년대 초반부터는 아예 댄스 팝이 될 위기에 처한 우리의 R&B를 구원해 줄 소울 브라더와 소울 시스터는 정녕 없는 것인가! 왜 없겠는가. 앨리샤 키스(Alicia Keys), 뮤지끄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 앤지 스톤(Angie Stone), 에리카 바두(Erykah Badu), 인디아 아리(India.Arie)처럼 소울의 기조를 끝까지 지켜나간 고집스러운 뮤지션들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람의 이름을 슬쩍 추가해 봐도 될 것 같다. 그게 바로 오늘 소개할 이 앰프 피들러이다.
앰프 피들러의 첫 정규 앨범 [Afro Strut]는 그 이름처럼 흑인음악의 '뿌리'를 찾아 헤매는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든 편곡을 언플러그드 세션으로 마쳤으며 농도 짙은 소울 그루브로 처음부터 끝까지 채워 두었다. 모두가 트렌디한 사운드를 좇아 엉덩이를 흔들어댈 때, 그는 언플러그드 소울로 옛것에 대한 존경과 헌사를 앨범으로 만들어 냈다.
첫 번째 트랙 'Faith'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당시 데뷔 앨범을 발표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또 다른 소울의 신예인 코린 베일리 래(Corinne Bailey Rae)와 듀엣으로 꾸민 'If I Don't'으로 크게 한 방을 터뜨린다. 가만히 그가 만들어내는 소울 그루브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앨범이 발표된 시기는 잊고 소울의 중흥기였던 7~80년대 어느 즈음이 떠오르게 된다. 그러다가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원곡인 'Hey Joe'가 흘러나올 때 깜짝 놀라고 만다. 어떻게 이 곡을 커버할 생각을 했을까. 뿌리를 찾기 위해 어디까지 헤집었는지, 그의 고민이 어느 지점까지 가 닿았는지가 명료하게 보이는 지점이다.
이제는 바야흐로 2025년. 음악에 어떤 정신을 따지고 뿌리가 어떻고 어쩌구저쩌구를 논하기가 어째 머쓱해지는 시기가 되었다. 너무나 다양한 장르가 있고 표현이 있고 색깔이 있기에 이미 족보가 다 꼬여버려 더 이상은 손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지금대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뭐,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이런 게 바로 포스트모더니즘 아니겠는가?
앰프 피들러가 음악적 뿌리를 찾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2007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기였다. 상업적 흥행은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이렇게 진지하고 깊은 정신으로 전념하던 뮤지션도 있었다는 사실을, 음악 덕후들이라면 알아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