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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보컬리스트, 그러나 음악은?

by Charles Walker
스크린샷 2025-10-12 203654.png 김범수가 발표한 다수의 음반들.

왼쪽부터 리메이크 앨범 [Again] (2005), 3.5집 앨범 [Friends] (2003), 정규 8집 [HIM] (2014), 정규 6집 [Kim Bum Soo 6] (2008), 정규 1집 [A Promise] (1999), 싱글 [re.MAKE20 #1] (2018), 정규 2집 [Remember] (2000), 정규 5집 [So Long...] (2006), 정규 7집 [Solista] Part 1 (2010), Part 2 (2011), 정규 3집 [보고 싶다] (2002), 정규 9집 [여행] (2024), 싱글 [와르르] (2019), 싱글 [초점 (new.MAKE20 #10)] (2021), 2.5집 [New Song & Special] (2001), 정규 4집 [The 4th Episode] (2004)이다.


드디어 나왔다. 김나박이의 '김'을 담당하는 김범수. 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파 보컬리스트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쩌렁쩌렁한 성량, 송곳 같은 음색, 화려한 기교, 광활한 음역대까지 어느 한 군데 빠지는 데가 없는 완벽한 보컬리스트이다. 심지어 젊을 때 '헬곡'이라 불리는 어려운 곡들을 끊임없이 소화해 내면서도 지금까지 에이징 커브도 없이 탄탄한 완성도를 유지해 내고 있다. 그런데 그의 노래 실력과는 별개로 늘 고개를 드는 생각 하나는 있었다. '그런데 그의 음악은?'


솔직히 말하자면 어릴 때부터 김범수의 음반을 꾸준히 사서 들은 나의 의견을 조심스레 밝히자면, 그의 음악이 그의 가창력을 따라오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그렇게 음악이 나쁘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닌데 왠지 김범수 정도의 실력이면 더 좋은 곡을 불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김범수의 저 많은 앨범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2005년에 발표된 리메이크 앨범 [Again]이다. 이 앨범을 들어보면 지금껏 김범수가 해 왔던 표현과는 완전히 다르다. 굉장히 담담하고, 담백하게 리메이크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면서 부르는데 가을, 겨울에 들으면 느낌이 아주 그만이다.


정규 앨범 중에서는 히트곡 '보고 싶다'가 수록된 3집 앨범도 좋아하지만, 앨범 전체로 듣기에 가장 위화감 없고 부담이 덜한 앨범은 2000년에 발표된 정규 2집 [Remember]이다. 더구나 이 앨범에는 김범수라는 보컬리스트에게서 나올 수 있는 최고의 아웃풋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이유라는 걸'이 수록되어 있다. 김범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음악이 R&B인 만큼, '그런 이유라는 걸'에는 그가 할 수 있는 R&B적인 표현이 극대화되어 있다. 극악의 난도는 덤이다.


그 밖의 앨범은 전체로 듣기에 조금씩 버거운 부분들이 있다. 좋은 곡들도 있지만, '굳이 이런 곡을 김범수가 왜?' 하는 곡들도 있기 때문이다. 군대 가기 전에 급하게 낸 정규 5집 [So Long...]은 인트로를 제외하면 5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급하게 만들었다지만 이 5곡의 완성도는 꽤 높다. 김범수는 오히려 트랙 수가 적을 때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그 말인즉슨 김범수에게 딱 맞는 한 장의 풀 렝쓰(Full-Length) 앨범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듀서를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솔직히 아쉬울 건 없다. '보고 싶다'와 '끝사랑' 같은 메가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고, 내는 앨범들마다 중박 이상은 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김나박이의 '김' 아닌가. 대한민국 보컬리스트 4대 천왕 중에 가장 앞에 위치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굳이 흠을 잡자면 가창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악성이 아쉽다는 것뿐이지, 이미 잘하는 사람에게 구태여 가타부타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언젠가 발표할 정규 10집에서는 본인이 지향하는 R&B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려나. 브루노 마스(Bruno Mars)와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 실크 소닉(Silk Sonic)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번만큼은 작정하고 그런 음악 한 번 해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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