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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반장

음악이 삶이고, 삶이 음악인 사람

by Charles Walker
스크린샷 2025-10-02 091235.png 김반장이 발표한 다수의 앨범들.

왼쪽부터 싱글 [Drum] (2015), 미니 앨범 [Mountain Jazz] (2016), 싱글 [No More Sad-Mistake] (2015), 싱글 [한 이불 속 우리] (2014), 싱글 [혼자 걷는 이 시간] (2015), 미니 앨범 [Sound Of Light] (2022), 윈디시티 스페셜 앨범 [BiBim Windy City Meets Srirajah Rockers] (2010), 윈디시티 정규 2집 [Countryman's Vibration] (2007), 정규 1집 [Love Record] (2005), 싱글 [Mek me hot/Ye Ye Ye] (2017), 리믹스 앨범 [Psychedelicious City] (2006), 싱글 앨범 [모십니다] (2012), 아소토 유니온 정규 1집 앨범 [Sound Renovates A Structure] (2003)이다.


김반장은 2003년, 아소토 유니온(Asoto Union)이라는 밴드를 이끌고 처음으로 등장했다(그의 첫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모던 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 1집이지만, 일단 차치하고 메이저 데뷔를 기준으로 한다.). 그때만 해도 아소토 유니온은 '진짜 흑인음악'을 표방하며 그 이전까지 누구도 제대로 건드리지 않았던 훵크(Funk), 네오 소울(Neo Soul) 등을 능수능란하게 연주해 내는 모습으로 세상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나라 밴드에게서도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러나 아소토 유니온은 오래지 않아 해체하게 되었고, 그 이후 김반장은 팀을 재정비하여 '윈디시티'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다. 윈디시티의 음악은 아소토 유니온 때보다 좀 더 범위가 넓어진 느낌이다. 아소토 유니온이 소울과 훵크 중심의 음악이었다면, 윈디시티는 소울, 훵크를 기반으로 라틴 음악, 특히 레게를 향한 지향성이 돋보인다. 사실 김반장의 다음 행보가 레게일 것이라는 예측은 아소토 유니온의 앨범 말미에 히든 트랙으로 흘러나오는 연주만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었을 터. 하지만 팀을 해체하고 새로운 팀으로 그 음악을 선보이게 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다. 결국 다 사람이 하는 일. 예측을 어떻게 하겠는가.


윈디시티 정규 1, 2집은 정말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것 같다. 1집 [Love Record]에서 특히 좋아했던 곡은 'Elnino Prodigo'와 'Lovers Rock (Long Steady Version)', '(Just Like A) Livin' It Up'이었고, 2집 [Contryman's Vibration]에서는 'Countryman'과 'Time For Love', 'Silky Silky Love Song', 'Freedom Blues'를 좋아했다.


이후에 윈디시티가 가장 각광을 받았던 시기는 2012년에 발표한 싱글 [모십니다] 때였다. 이 싱글 앨범에는 '모십니다'와 '잔치레게' 이 두 곡의 오리지널 버전과 일종의 리믹스 버전인 '모십니다 정릉 Ver.'와 '잔치레게 Dub'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두 곡은 비록 수가 많지는 않지만 윈디시티 최정예 멤버들로 만들어낸 최상의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선 두 곡 모두 레게와 우리 가락을 적절하게 버무려서 한국 사람이 만든 한국 스타일 레게를 표방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모십니다'는 약간 느릿느릿한 템포로 되어 있어 춤을 춘다면 양반춤을 넘실넘실 춰야 할 것 같고, '잔치레게'는 말 그대로 소문난 잔칫집에 온 것처럼 덩실덩실 흥겹게 몸을 흔들며 즐길 수 있는 곡이다.


김반장의 이후 행보는 솔로로 싱글 몇 곡을 발표한 것과, 부산의 레게 밴드 해피피플의 데뷔 싱글 앨범 프로듀싱과 드럼 연주 녹음, 그 이듬해 새로운 멤버로 윈디시티 재결합 후 [Mek Me Hot / Ye Ye Ye] 싱글 앨범 발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 양희은의 '특별한 만남' 싱글 참여 등 바쁘게 흘러갔다. 사람들이 좀 덜 주목했을 수는 있지만, 김반장은 멈추지 않았다.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한다면 세간의 평가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다.


현재 김반장은 '생기복덕'이라는 이름의 밴드를 꾸려서 본격적으로 레게에 우리 가락을 섞어 버무리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유의미한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김반장의 프론티어 정신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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