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은 앨범
'사랑일뿐야', '입영열차 안에서', '휴식같은 친구' 모두 한번쯤 제목이라도 들어보았을 법한, 가수 김민우의 히트곡이다. 그리고 이 곡들은 무려 이 한 장의 앨범에 모조리 수록되어 있다. 베스트 앨범이 아닌 정규 앨범, 그것도 데뷔작에 한 가수의 메가 히트곡이 세 곡이나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곡들이 뒤처지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애절한 분위기를 극대화한 마이너 발라드 '가르쳐줄 순 없겠니', 어머니에 대한 절실한 사랑을 노래한 '나의 어머니', 흥겨운 리듬 가운데 도회적인 일렉트릭 피아노와 록 기타 사운드가 버무려진 '부탁해'까지 훌륭한 곡들로 야무지게 채워졌다.
히트곡 얘기를 좀 더 해 볼까. '사랑일뿐야'라는 노래는 성시경, 김범수 등 발라드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가수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커버나 리메이크를 했을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곡이다. 곡의 기승전결이 매우 뚜렷하고 낮은 음에서 높은 음으로 도약하는 멜로디가 많이 나타나서 노래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창력을 드러내기에도 적절하다. 직접 불러보면 알겠지만 이 곡을 제대로 소화하기가 쉽지는 않다.
'입영열차 안에서'는 윤상이 작곡한 곡으로, 들어보면 딱 윤상 특유의 사운드 어레인지를 느낄 수 있다. 가사는 작사가 박주연이 썼는데, 이 당시 군 복무 기간이 '3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군대에 3년을 어떻게 있을 수 있지?? 3일도 힘든데??
'휴식같은 친구'는 도입부에는 발라드처럼 시작하다가 후반부로 곡이 진행되면서 점차 록 사운드로 변모해 가는 독특한 구성의 곡이다. 앞서 말한 '사랑일뿐야'나 '입영열차 안에서'보다는 상대적으로 화력이 약하기는 하지만 이 곡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결코 적지 않다.
김민우의 이 데뷔 앨범은 발표된 당대보다 오히려 지금처럼 세월이 오래 흐른 뒤에야 그 가치를 더 인정받는 것 같다. 마치 조선 시대 유물보다 고구려-백제-신라 시대 유물이 더 값지게 여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편곡 측면에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나, 시대와 여건을 고려했을 때 그 정도는 충분히 눈감아줄 수 있는 부분이다. 신인 가수에게 최첨단 음향과 전문 엔지니어를 붙여 줄 수 있는 과감한 제작자가 그 시대에 과연 몇이나 있었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이 정도로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김민우라는 가수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