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죽지 않은 블루스의 불씨를 지피다
'김마스타'는 누군가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 있으나, 부산을 비롯한 경상권에서 인디 음악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무척 익숙한 존재이다. 일단 한 번 이 사람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결코 잊을 수 없을 만큼 유니크한 음색의 소유자이다. 걸쭉하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뽑아내는 그만의 블루스를 듣고 있노라면 독한 위스키 한 잔을 홀로 마시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앨범은 소중한 누군가로부터 선물받아서 소장하고 있는데, 김마스타가 블루스 트리오 밴드를 결성하여 꽤나 만듦새 있게 엮어낸 정규 앨범이다. 201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향후 활동은 아마 이 트리오 위주로 이어가고 있는 듯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블루스는 한동안 빠져 듣던 시기가 있었을 뿐, 그렇게 자주 즐기는 장르는 아니다. 구성이 단조롭고 정서가 너무 애달파서 오래 듣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이다. 인생이 이미 쓰디쓴 소태 같은데 듣는 음악까지도 그래서야 되겠는가.
내가 블루스에 가장 심취해 있던 때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2013년 즈음부터였다. 그때 故 김현식의 노래, 특히 '비 오는 어느 저녁'이라는 곡을 듣고 블루스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신촌블루스'의 앨범도 찾아 들었고, 어찌저찌하다 보니 김마스타까지 알게 되어 제법 오랫동안 블루스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시기는 인생까지도 블루스처럼 뭔가 쉽지 않았다.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고, 현실이 팍팍하기만 했다. 끊었던 담배도 그 시기부터 다시 피우기 시작했을 만큼, 인간관계도 틀어지고 하는 일마다 엎어지는 등 그때는 영 좋지 않았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쯤, 나와는 음악적으로 죽이 아주 잘 맞았던 친구 녀석이 레게 밴드를 같이 해 보자고 해서 그때부터 레게로 방향을 틀었더니 웬걸, 인생이 달라졌다. 레게의 그 긍정적인 에너지와 밝은 느낌 덕분인지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살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 친구들과 함께 영원히 음악하며 즐겁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영원한 건 없다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지금은 좀 나았을까.
이 글을 쓰며 김마스타의 음성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어 들어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써 보는 지금, 유독 쓰디쓴 기억들이 떠오르는 건 음악 탓일까? 기분 탓일까? 더 짙은 감상에 젖어버리기 전에 여기서 이만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