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예술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준 참스승
포크 뮤지션은 물론이거니와, 연극 배우와 희극인들까지도 존경하는 인물로 故 김민기를 꼽는다. 이 앨범은 뮤지션 김민기의 첫 시작을 알리는 앨범으로,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에도 꽤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등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아마도 이 앨범을 발표하기 전에도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소극장 등지에서 꽤 부르곤 했었던 것 같다. '친구'나 '바람과 나'를 비롯하여 양희은에게도 선사했던 '아침 이슬' 등이 유명하다.
김민기를 논하기 위해서는 '학전'을 반드시 논해야 할 것이다. 학전은 1991년에 김민기가 직접 자신의 돈을 들여 건립한 소극장이자 극단 이름으로, 여기에서 수많은 예술인들이 배출되었다. 그렇기에 뮤지션들은 물론 수많은 대중 예술가들이 김민기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김민기 덕분에 그들이 설 무대가 생겼으니 말이다.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요즘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가 더 듣기 좋다. 젊었을 때의 나는 R&B를 비롯한 흑인음악을 좋아하여 그들의 기교를 얼마나 잘 따라할 수 있는지에 천착하여 연습을 해 왔기에 내 노래에는 소위 말하는 '쿠세'가 많다. 그래서 요즘에 내가 내 노래를 들으면 낯 뜨거워 도저히 들어줄 수 없을 지경이다. 다 걷어내고 싶다. 근본 없이 쌓아올린 기교는 절대 멋있지 않다. 차라리 기교가 서투르더라도 탄탄한 근본이 있다면 그 편이 훨씬 듣기 좋다. 내겐 김민기의 노래가 그렇게 들린다. 비슷한 결로 조동진,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 전람회의 故 서동욱의 노래가 요즘엔 참 좋다.
노래를 조금이라도 연습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게 훨씬 더 힘들다. 내게 멍에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이 허세의 껍데기를 완전히 벗어던지려면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을 견뎌야 할까. 명심하자. 내겐 지금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게 훨씬 중요하다. 허세 부리지 말고 정직하게 말하듯이 부르자. 그게 훨씬 더 멋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