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에 미리 본 얼터너티브 록의 청사진
미국 보스턴(Boston) 주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어떠할까. 미국에 한 번도 가 본 적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마다 특정한 이미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내게 보스턴은 약간 '모범생' 이미지, 그러니까 어딘가 보수적이고 규칙을 잘 지키며 고지식한 데가 있는 느낌이다. 이 70년대 록 밴드 '보스턴'의 첫 앨범인 [Boston]을 들을 때도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그 이미지로 접근한 것이 사실이다.
결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우선 이 앨범은 굉장히 '바르다'. 비뚤어지거나 위악적인 데가 한 군데도 없이 깔끔하고 정확한 연주를 들려준다. 70년대에 날뛰던 다른 록 밴드들, 그러니까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이나 딥 퍼플(Deep Purple), 심지어 퀸(Queen)과 비교해 보아도 보스턴은 지나치게 얌전하다. 첫 싱글이자 히트 넘버였던 'More Than A Feeling'은 무려 달콤하기까지 하다. 록 밴드가 이렇게 스윗해도 되는 건가? 뭐, 안 될 거야 있겠나.
그래서 보스턴의 음악은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 마치 이글스(Eagles)의 음악처럼, 보스턴의 음악, 적어도 첫 트랙 'More Than A Feeling'은 그렇게 듣는 이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데에는 보컬 하모니가 한몫 한다고 생각한다. 퀸의 음악에도, 저니(Journey)나 ELO(Electric Light Orchestra)의 음악에도 보컬 하모니가 있지만, 보스턴이 만들어내는 보컬 하모니는 이들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아름답다. 정확하고 깔끔하게 딱딱 떨어지는 연주에 보컬 하모니가 어우러지니 우리의 귀는 그저 호강할 수밖에.
'More Than A Feeling'에는 그러다 어느 순간 한 방 맞는 순간도 있다. 잔잔한 인트로를 돌연 뚫고 나오는 보컬 브래드 델프(Brad Delp)의 송곳 같은 고음 같은 순간 말이다. 폐부를 찢는 듯 내지른 고음 뒤로 이어지는 기타 리프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밴드의 기획력이 낭중지추처럼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그저 얌전하기만 한 샌님들이 아닌 것이다. 그런 척하고 있을 뿐, 사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획가이며 창작자들이었다.
앨범을 전체적으로 쭉 들어보면 'Foreplay/Long Time'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향취를 머금은 곡도 발견할 수 있고, 로커빌리 풍의 속주가 인상적인 'Smokin' 같은 곡도 훌륭하다. 그러나 'More Than A Feeling'을 넘어서는 곡은 찾지 못했다. 'More Than A Feeling'은 무려 20여 년 가까운 세월 뒤에 나타나는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 같은, 명연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밴드의 모습마저 겹쳐 보이기까지 한다. 비록 원 히트 원더로 남긴 했지만, 모르긴 해도 이후에 나타나는 밴드들 중에서 보스턴, 적어도 이들의 'More Than A Feeling'을 참고하지 않은 밴드는 없었을 거라 감히 예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