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감이 묵직한 목소리를 가진 재즈 보컬리스트
'Traveling Miles'. 아마도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리라. 거리를 재는 단위 중 하나인 '마일'을 활용하여 '몇 마일을 여행하다'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을 테고, 재즈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족적을 되돌아보는 여행이라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는 제목이다. 재즈 디바 카산드라 윌슨(Cassandra Wilson)이 블루 노트 레이블에서 발표한 앨범, [Traveling Miles]이다.
카산드라 윌슨이 재즈 보컬리스트인 만큼, 그 목소리에 대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진한 에스프레소 같은 그녀의 목소리는 묵직하고 깊으며 동시에 부드럽고 유려하다. 거의 모든 재즈 보컬리스트들이 그렇듯이 무리한 힘을 주며 가창하는 법이 없고, 자연스러운 호흡을 바탕으로 편안하게 부르는 편이다. 비교하자면 니나 시몬(Nina Simone)보다는 가볍고,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보다는 무겁다.
앨범의 문을 여는 'Run The Voodoo Down'은 둔중한 베이스 위에 다채로운 퍼커션이 입혀지면서 추리물이나 스릴러 장르의 영화 사운드트랙을 듣는 것 같은 긴장감을 준다. 그 리듬 위에 얹힌 카산드라의 보컬은 노래가 아니라 마치 악기 같다. 이어지는 트랙은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Traveling Miles'로, 기타를 앞세운 느긋하고 여유로운 선율 위에서 노래와 모든 악기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잘 어우러지고 있다.
팝의 명곡 'Time After Time'을 카산드라 스타일로 재해석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멜로디는 분명 익숙한데 목소리가 워낙 독특하기에 아예 다른 새로운 곡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편성이 대단히 화려하지도 않은데, 마치 가스펠을 들은 것처럼 큰 감동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이 밖에도 마일스 데이비스의 주요 넘버인 'Tutu'를 재해석한 9번 트랙 'Resurrection Blues'와 'Blue In Green'을 재해석한 10번 트랙 'Sky And Sea'도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다.
재즈가 으레 그렇듯이, 각 잡고 들으면 정말 어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내가 늘상 강조하듯 분석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선율과 리듬에 그저 몸을 맡기면 재즈만큼 편안한 음악도 없다. 특히 카산드라 윌슨의 이 앨범, [Traveling Miles]는 주로 느린 곡조로 되어 있어서 몸과 마음을 릴렉싱(relaxing)하는 데에 제격이다.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는 혼자만의 시간에 이 앨범을 틀어놓고 의자나 침대에 걸터앉아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다면 음악은 제 역할을 다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