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홀연히 나타난 정통 블루스 밴드
딱 네 곡이 수록된 EP 한 장이다. 새로운 아티스트에게 마음을 덜컥 주기란 점점 쉽지 않은 이때에, 정통 블루스를 표방하고 나온 이 밴드 마인드바디앤소울(Mind, Body & Soul)이 나타났다. 블루스를 현대화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날것 그대로의 블루스 그 자체를 보여준다. 무려 2019년에 말이다.
EP 앨범의 제목이 [Return]이고, 첫 트랙이 '귀향'인 걸 보니 아마도 '귀향'이 타이틀곡인 모양이다. 첫 반주가 흘러나오자마자 드는 생각은 '아, 진하다!'였다. 진짜로 걸쭉한 블루스 한 잔이 묵직하게 쳐들어온다. 김현식의 '비 오는 어느 저녁'과 같은 리듬의 블루스 록을 21세기에도 창작곡의 형태로 들을 수 있게 될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록의 불모지와도 같은 대한민국에. 하물며 블루스라니.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풍의 소울 블루스 'Color Of Blood' 또한 멋들어지게 표현되었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투(Two)와 포(Four) 박자에 기타 대신 브라스로 '빡' 하는 양념이 들어가주면 더 좋았으련만. 아무래도 브라스를 쓰려면 예산이 부족했겠지... 대한민국 블루스 밴드의 삶이란...
좀 더 로킹한 사운드를 강조하고 부러 여백을 많이 둔 'Take Me Out'도 멋있었다. 각기 다른 뉘앙스로 'Take Me Out'이라고 반복해서 내뱉는 보컬의 퍼포먼스가 일품이었다. 같은 구절을 반복하는 연출은 어지간한 표현력이 아니면 시도조차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이 보컬은 능수능란하게 그걸 해낸다. 간주에 나오는 와르르 쏟아지는 듯한 기타 솔로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
앨범 네 곡 중에서 가장 템포가 빠른 'Aging'은 나이듦에 수반되는 여러 상념들을 회포 풀듯 늘어놓은 노랫말이 인상적인 곡이다. 네 곡 중에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그래도 매우 준수한 퀄리티로 만듦새 좋은 곡이라고 생각한다.
알차게 네 곡을 추려 발표한 마인드바디앤소울은 2022년에 정규 앨범인 [Road To Blues]를 발표했다고 한다.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들어보았는데, EP와 음악적 기조는 거의 같다. 거기에 미국 음악인 블루스를 계속해서 따라하며 흉내만 내는 밴드로 남는 것은 아닌가 하는 본인들의 고뇌를 함께 녹여냈다. 거기에 대해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흉내라도 제대로 낼 수 있으면 대단한 거라고. 흉내를 좀 순화해서 카피라고 치자. 결국 모든 시작은 카피에서 이루어진다. 카피라도 제대로 해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무려 많은 사람들의 뜻을 모아야 하는 밴드다. 그런 의미에서 그대들은 이미 시작점을 훌륭하게 찍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