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너에게' (1989)
나의 하늘을 본 적이 있을까
조각 구름과 빛나는 별들이
끝없이 펼쳐 있는
구석진 그 하늘 어디선가
내 노래는 널 부르고 있음을
넌 알고 있는지
나의 정원을 본 적이 있을까
국화와 장미 예쁜 사루비아가
끝없이 피어 있는
언제든 그 문은 열려 있고
그 향기는 널 부르고 있음을
넌 알고 있는지
나의 어릴 적 내 꿈만큼이나
아름다운 가을 하늘이랑
네가 그것들과 손잡고
고요한 달빛으로 내게 오면
내 여린 마음으로 피워낸 나의 사랑을
너에게 꺾어줄게
김광석, '너에게' 가사 전문
여태까지는 노래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면, 오늘 들은 이 노래는 내 손을 슬며시 잡고 자기 쪽으로 끌고 오려는 듯하다. 내가 쳐둔 경계 밖으로 나가는 건 여전히 두렵지만, 노랫말에 아름답게 그려진 그의 세계에 가 보고 싶다는 욕망이 끝내 두려움을 이겨냈다. 음악의 힘은 그래서 대단하다. 철옹성같이 굳고 높게 쌓인 마음의 장벽을 눈 녹아내리듯 허물 수 있으니까.
가만히 눈을 감고 노래 속으로 들어간다. 그가 노랫말에 그려놓은 세계 이곳저곳을 천천히 거닐어본다. 밤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별도 보고, '국화와 장미, 예쁜 사루비아'가 흐드러지게 핀 형형색색의 정원도 본다. 그러는 사이 내 마음은 알록달록 무지갯빛으로 물든다.
'고요한 달빛처럼' 그에게로 건너온 나에게, 그는 자신의 여리고 소중한 사랑을 꽃처럼 꺾어 건넨다. 이렇게 귀한 걸 내가 받아도 될까. 잠시 망설이다 문득 깨닫는다. 나는 억지로 이 세계에 끌려온 것이 아니라 정식으로 그에게 초대되어 온 것임을. 내가 그의 마음을 '달빛처럼' 비추며 걸어들어왔기에, 그는 내게 사랑을 꺾어 건네줄 수 있었다. 보잘것없는 내가 누군가에게는 달빛처럼 밝게 비추이는 존재일 수 있다. 이 노래는 그 감사한 마음을 피부로, 감각으로 깨닫게 해 준다.
그에게 받은 사랑 한 송이를 소중히 품고 되돌아온다. 그가 살고 있는 세계가 별천지처럼 아름다웠기에, 현실과의 괴리가 갑작스럽게 밀려와 잠시 당혹감에 빠진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를 만나기 전만큼 현실이 두렵게 느껴지진 않는다. 왜냐하면 나에겐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며 받은 사랑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달빛처럼 비추며 사랑하는 삶을 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랑이 있는 한, 모든 두려움은 이겨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