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가야 너는 이다음에 커서 나보다 행복하렴

싸이, '나의 월요일' (2022)

by Charles Walker
싸이 9집, <싸다9> (2022)
Hello 나의 월요일
많은 주말을 건너 여기에 오셨군요
그동안 잘 있었니
오늘도 한 건 해보자
기지개를 쫙

Hello 나의 월요일
싸구려 커피로 내 몸을 충전하고서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인 것처럼
허리를 굽혀 인상을 구겨 고개를 숙여

나도 어릴 땐 주인공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히어로가 될 줄 알았어
여긴 어딘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누구였든 간에
일단 돈 벌러 간다

Ah 죄송합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항상 부족한 게 많아 너무 죄송합니다
보고드립니다 빨리 보고드릴게요
너무 별로입니까 그럼 다시 해볼게요
여보 애들 영어 과외 몇 개를 하는 거야
수학 학원 문제 이거 정말 애가 하는 거야?
아가야 너는 이다음에 커서 나보다 행복하렴

Work hard
열심히 일을 하고 나서 보상으로 욕을 먹지
Work hard
술배가 늘어나지 이건 자랑스러운 나의 훈장
Get money get money get money money money
지켜야지 나의 family와 honey
삼십 분 정도 자고 일어나니 다시 월요일

싸이, '나의 월요일' 가사 전문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월요일이다. 직장 생활을 할 땐 가장 끔찍하고 지옥 같았던 그 월요일. 지금은 직장을 쉬고 있는데도 과거의 감정을 몸의 근육이 감각으로 기억하고 있는 건지 여전히 기분이 썩 좋진 않다. 그럴 때 싸이의 이 노래를 듣는다. 2022년, 오랜만에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던 싸이는 당시 'That that'이라는 곡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대중 아티스트로서의 건재함을 증명해 냈다. 하지만 정작 나에게 진정으로 감동을 준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은 단연코 '나의 월요일'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아버지라면 이 가사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아가야 너는 이다음에 커서 나보다 행복하렴'이라는 노랫말을 처음 들었던 당시 나는 운전 중이었는데, 눈물이 왈칵 차올라 차를 잠시 세워야 했다.

우리 아버지들은 열심히 산다.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일에 진심이다. 아버지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가족'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칼날에 베이고, 화살과 총알을 번갈아 맞으며 버텨내는 것이다. 아버지들은 모두 아프고 힘들다. 저마다의 상처를 가졌으면서도 차마 자존심 때문에 어디 가서 내놓고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며 산다. 자신의 육과 영이 서서히 부서져내리는 걸 알면서도, 아이들 웃음소리 한 번에 참고 견디며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다 현타가 오는 순간이 있다. 그건 화살과 총알 수준을 거뜬히 넘어선다. 어디선가 묵직한 대포알 하나가 날아와 마음에 박히면, 그 상처는 회복 불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그 대포알은 '그럼 나는?'이라는 질문을 품고 날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나' 말고, 그냥 '나'일 수는 없나? 이제 더는 그럴 수 없다면, '그냥 나'는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암울의 고리 속에 영원히 갇히게 된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살면서 그대는 '온전한 나 자신'으로서 존재해본 적이 있었는가? 유년기엔 누군가의 아들딸, 손자녀, 조카, 사촌 등등이었을 것이고 학창시절엔 몇 학년 몇 반 몇 번 혹은 무슨 학과의 누구였을 것이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누군가의 친구 혹은 직장 동료 등등이었을 것이다. 결혼하고 아이를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가 그 이전과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온전한 나 자신'이었던 적이 없었을 확률이 더 높다. 어떻게 생각하면 좀 슬프고 씁쓸하지만, 오히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큰 위로로 다가오기도 한다.

차라리 인정해 버리는 건 어떨까? '온전한 나 자신'이라는 건 허상에 불과하다고. 사회 속에 존재하는 한,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사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거라고. 그러니 허상에 사로잡혀 시간과 에너지를 허투루 낭비하기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되 무리하지 않으며 현실을 살기로. 누군가의 무엇이 될 수 있음에 힘을 얻고, 삶에 감사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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