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권 정규 3집 [다시 이제부터]

세상과 인생을 향한 화해의 제스처

by Charles Walker
전인권 정규 3집 [다시 이제부터]

Tracklist.


01. 봉우리

02. 다시 이제부터

03. 운명

04. 강해야지

05. 가만히

06. 내 노래 아는지

07. 새야

08. 코스모스

09. 심장

10. 자유

11. 뭉치자

12. 노래하겠다

13. 뒷동산

14. 새 아침

15. 보고 싶네



가수 전인권의 음악 인생은 녹록지 않았다. 첫 등장 때부터 '창법 저속'이라는 오명을 쓴 채 앨범 전곡이 금지곡 판정을 받아야 했다(그 앨범이 바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서 1위를 차지한 들국화의 1집 맞다.). 그래서인지 그는 세상은 불의와 불합리로 가득한 곳처럼 느끼는 것 같았고, 세상이 정해둔 규칙 같은 것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뭇 사람들이 느끼는 '자유'의 범위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의 자유로운 삶을, 그는 살려는 것 같아 보였다. 그 삶은 위태롭고 위험해 보였다.


그랬던 그가 2003년에 내놓은 이 정규 3집은 어쩐지 그간의 행보와 다르게 보인다. 특히 앨범의 문을 여는 '봉우리'는 김민기의 원곡으로, 굴곡 많았던 자신의 삶을 곡에 그대로 투영하여 불러냈다. 이어지는 '다시 이제부터'가 타이틀곡인데, 담담하게 앞으로의 다짐과 의지를 노래에 담았다. 술담배와 마약으로 목소리는 상할 대로 상했지만, 노래를 향한 진심 앞에서 그런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이 앨범에는 불합리한 세상과 싸우려 고군분투하다 완전히 쇠진해버린 한 예술가의 초상이 담겨 있다. 억지로 아름답게 꾸미지도 않았고, 어떤 포장도 하지 않은 채 날것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어떤 예쁜 포장지에 싸인 작품들보다도 아름답다. 무엇보다도 이젠 세상과의 싸움을 멈추고 자신만의 길을 오롯이 걸어가겠다는 다짐과 의지가 전인권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오며 강한 설득력을 얻는다. 다 망가진 줄 알았던 전인권도 저렇게 오뚝이처럼 일어서는데, 우리도 다시 한번 살아보자. 살아내보자. 이런 생각이 절로 들지 않았을까.


이 앨범이 조금 더 주목받았다면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특히 타이틀곡 '다시 이제부터' 같은 경우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방 넘버에도 없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는 법. 가끔 절규에 가까운 거친 표현이 담긴 '심장'이라든가, 난데없이 '연대'를 노래하는 '뭉치자' 같은 곡이 청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긴 하지만 트랙 수가 이렇게 많은 앨범에서 유기성을 끝까지 가져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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