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선 정규 3집 [#HUMANKIND]

끝끝내 인간을 향하는 마음을 정성스레 담은 음악수필집

by Charles Walker
2023.jpg 심규선 정규 3집 [#HUMANKIND] (2023)

Tracklist.


01. HUMBLE

02. Question

03. Care

04. 순례자

05. 우리 앞의 세계

06. My Little Bird

07. Sister

08. Last Generation

09. Each & All

10. 살아남은 아이

11. Periwinkle Blue



가수에게 '앨범'이란 얼마만큼의 의미를 갖는 걸까? 김범수가 그에 대한 적절한 표현을 했었는데, 8집 앨범을 작업하면서 자신의 명함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말을 한 바 있다(결국 그 바람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런 측면에서 싱어송라이터 심규선의 이 세 번째 정규 앨범은 분명한 '명함'이다. 심규선 음악의 핵심은 '노랫말'에 있다. 심규선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음악을 만들었다는 느낌보다 시나 수필로 된 글에 멜로디를 붙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멜로디냐, 메시지냐를 물었을 때 심규선은 후자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앨범은 멜로디가 메시지에 비해 떨어지지도 않는다. 웅장한 편곡, 아름다운 멜로디, 애절한 표현력이 어우러져 음악적 완성도 또한 놓치지 않았다. 이 앨범이 대중적인 흥행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이다. 뮤지션의 작가주의가 대중에게 지나친 피로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뮤지션이 작가주의를 갖고 음악 작업에 임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뮤지션은 할 말이 너무 많고, 대중들은 그 정도로 많은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의미이다.


나는 진심으로 안타깝다. 이렇게 잘 만든 작품이 대중과 비평 모두에게 냉담한 반응을 얻어야 하는 현실이 말이다. 이 작품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이 작품을 음악 앨범이라기보단 시집이나 수필집 한 권이라고 여기고 천천히 문장들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책은 기꺼이 읽으면서 왜 음악에는 그 정도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길 아까워하는 걸까? 이 앨범은 책처럼 곱씹으며 읽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주제의식 또한 다양하다. 세계로부터 억압받는 인류를 향한 위로와 격려(우리 앞의 세계, Last Generation), 내면의 자아를 달래지도 못하게 되어버린 인류의 공허한 삶의 단상(Each & All), 인간의 본질이 선과 악 사이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에 대한 묵직한 질문(Question), 세계의 가혹한 횡포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인류의 운명을 다룬 곡(순례자)까지.


뭐가 그렇게 다들 바쁘고, 여유가 없고, 힘들어야 할까. 이렇게 바쁘고 힘들기만 하려고 사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내 시계도 원래는 엄청나게 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숨이 꼴깍 넘어가기 일보 직전에 내가 그만 멈춰 버렸다. 이러다 죽을 것 같다고. 그래서 지금은 아주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 나를 자연스럽게 맡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 앨범이 처음 나왔던 2023년에는 내가 한창 바빴던 때였다. 나도 그때는 이 앨범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이 앨범의 이야기가 마음으로 스며들 수 있었던 데에는 내가 딱 그만큼의 여유를 얻었기 때문임도 부정할 수 없다. 어쨌든 이 앨범, 명반이다. 숨겨서 썩혀서는 안 될 걸작이다.



Credits & Comments


01. HUMBLE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양시온


"그때 너의 안에서 터져 오른 외침은 이 노래는

너의 무대야 그 누가 아니라

너의 삶이야 그 누가 아니라"


02. Question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양시온


"우리 사람의 본성은 과연 선한가 혹은 악한가"


03. Care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박현중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을 때

함께 살아갈게 이제 와 항상 영원히"


04. 순례자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양시온, 박현중


"아무 기대하지 마 너를 드러내지 마

그런 나락은 바닥이 없어

나는 피어오르리 내 눈앞의 절벽을"


05. 우리 앞의 세계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박현중


"일어나 소리 내줘 목소리가 힘을 갖도록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길을 찾게끔"


06. My Little Bird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박현중


"작은 새를 돌봐주듯 너의 건강을 돌보고

신선한 바람이 불 땐 창문을 활짝 열어요

삶이 아무리 가혹하게 차가운 말들을 쏟아내도

많은 것을 겪고 받아들인 만큼 강해질 것을 믿어요"


07. Sister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김진영


"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나에게 오는 너

내가 받아본 적 없는 믿음을 나에게 주었지

그래 우린 이렇게 서로의 안에 존재하네

거울이 되어서 서로를 비추며"


08. Last Generation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양시온


"더 이상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게

되어버린 우리들의 지금 이날 이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어떤 이유로 할 것인가

혹은 하지 않을 것인가"


09. Each & All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박현중


"어라, 내가 나를 위로하지 못하네

나는 내가 나를 일으키지 못하네

너를 사랑하는 일이 나를 살아가게 하네

내가 나를 살릴 수는 없네"


10. 살아남은 아이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양시온, 박현중


"너는 살아남은 아이 후회와 시달림 속에서

그 어제는 너의 바다를 더 푸르게 할 뿐

흩트릴 순 없어

우린 살아남은 아이 눈물의 반짝임 모아서

저 은하수처럼 흐르며 넌 살아갈 거야

마지막의 마지막,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11. Periwinkle Blue

작사 심규선

작곡 심규선

편곡 박현중


"조금 부끄럽지만 숨고 싶지는 않다고

우리들의 봄은 늘 그렇게 미묘한 죄책감

봄은 마치 향기로운 폭력처럼 내게 와

그렇게 울고도 또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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