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라기엔 적당히 세련된, 팝이라기엔 적당히 대중친화적인.
Tracklist.
01. Mr. A-Jo
02. 약속
03. I Won't Cry
04. 미운 사랑
05. 아니길 바래요
06. 늦은 사랑
07. 내게 돌아올까요
08. 사랑느낌
09. 동화
10. 바보
11. 이렇게라도
12. Fortunate
13. 진심
14. To My Dearest
15. Sparkle
이 원고를 준비하던 중,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바로 오늘 소개할 애즈원의 멤버 이민 님께서 고인이 되셨다는 소식이었다. 급하게 연재 계획을 수정했다. 우리가 그동안 '애즈원'이라는 이 팀의 귀한 존재감을 너무 오래 잊고 살았구나 싶은 마음이었다. 특히 애즈원이 남긴 여섯 장의 정규 앨범 중에서 가장 저평가를 받았다고 생각되는 바로 이 세 번째 앨범에 대해 말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이 앨범을 발표하기 전까지의 애즈원은 승승장구였다. 1집 [Day by day]에서 동명의 타이틀곡 'Day by day'도 소소하게 인기몰이를 했고, 정통 R&B의 문법을 착실하게 따른 '너만은 모르길', 발랄하고 경쾌한 댄스곡 '사랑+'까지 한 앨범에서만 세 곡으로 활동을 이어갔는데, 인기를 더욱 굳건하게 굳힌 건 차기작인 2집에서였다. 타이틀곡 '천만에요'도 좋았지만, 대중들의 뇌리에 '애즈원'이라는 팀을 완전히 각인시키는 곡이 이 앨범에서 탄생한다. 바로 '원하고 원망하죠'이다. 이 곡 하나로 애즈원은 '여성 듀오는 성공하기 어렵다'라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징크스를 깨부수는 데에 단단히 일조한다.
그 이듬해 발표한 캐롤 앨범까지도 음악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애즈원은 짧은 전성기를 누린다. 그리고 마침내, 정규 3집 앨범이 나오는데 타이틀곡 제목이 무척 독특하다. 'Mr. A-Jo'라니. 무슨 뜻일까 하니 한국어로 풀면 '아조씨'가 된다고 하여 힘들 때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존재인 '키다리 아저씨'로부터 모티프를 얻은 곡이라고 한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언어유희가 담긴 이 곡은 심지어 '모던 록'이다. R&B 성향이 강한 팀인 애즈원에게 맞지 않는 옷임이 분명한 이 곡을 타이틀로 내세우겠다는 것은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 앨범은 성공하지 못했다. 적어도 이 앨범 이전까지의 성공신화를 이어가지는 못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어쩌면 예상된 결과였다. 수록곡 정도로 만족했어야 할 곡을, 심지어 이 팀이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장르인 모던 록을 타이틀로 밀었으니 어떻게 성공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 전체의 가치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절대 없다. 이 앨범에는 애즈원이라는 팀이 가진 절대적인 강점인 '조화'가 그 어떤 작품들에서보다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두 목소리가 마치 하나인 것처럼(as one) 들리게 하는 것이 이 팀의 색깔인데, 이 앨범에서 그 진가가 제대로 발휘되어 있다. 사실 이민과 크리스탈의 음색은 서로 꽤 다르다. 미국 팝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듯한 맑고 그루브한 이민의 창법과,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느껴지고 가요 창법의 흔적이 엿보이는 크리스탈의 음색이 하나로 섞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해냈다. 그것은 연습만으로 되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서로의 영혼을 나누지 않고는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추천 트랙 위주로 말하자면, 애즈원 표 R&B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다면 3번 트랙 'I Won't Cry'나 6번 트랙 '늦은 사랑'을, '원하고 원망하죠' 풍의 감성 가득한 팝 발라드를 원한다면 4번 트랙 '미운 사랑'이나 13번 트랙 '진심'을 추천한다. 그 외에 특히 이 앨범에서 추천하고 싶은 곡은 바로 8번 트랙 '사랑느낌'이다. 이 곡은 느린 템포로 시작했다가 후렴구에서 비트를 더욱 잘게 쪼개어 테마를 반전시키는 묘미가 돋보인다. 곡의 구성이 바뀜에도 불구하고 몽환적인 무드를 시종일관 유지하는 멤버들의 보컬 역량이 눈부시게 빛난다.
떠난 사람은 말이 없고, 남은 사람은 추억을 짐처럼 떠안은 채 어쨌든 살아가야 한다. 남은 자로서의 크리스탈 님의 심경이 어떠할지 감히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홀연히 떠나버린 이민 님의 사연도 안타깝지만, 어쩐지 이번 소식을 접하면서는 크리스탈 님이 너무 많이 걱정되었다. 부디 혼자 있지 않기를. 그리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아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