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세련미를 한껏 머금은 역작
Tracklist.
01. BLUFF
02. Skit (Today's Forecast)
03. NIGHTCRAWLER
04. VISTA (feat. 개코, THAMA)
05. 꿈처럼
06. STUTTER (feat. 스텔라장)
07. ALL I WANT
08. 같은 마음 다른 시간
09. SOMEBODY BETTER
10. YOU WERE THE ONE
11. SILVERLINE
아메리칸 아이돌을 통해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연이어 한국의 대국민 오디션 슈퍼스타K의 시즌2에 참여하여 준우승을 차지하며 인지도를 높인 존 박의 정규 2집 앨범 [PSST!]을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 미니앨범인 [Knock]을 정식 데뷔라고 본다면 무려 12년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을 손에 쥐게 된 것인데, 크고작은 음원들을 발표하였지만 유독 한국의 대중들은 존 박의 음악에 냉담한 듯하다. 왜 그런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앨범은 굉장히 잘 만든 앨범이다. 감히 빗대자면 트로트를 비롯한 성인가요 일색이었던 80년대 가요계에 故 유재하나 김현철, 푸른하늘 등이 도회적 세련미를 가득 품은 음악들을 발표했던 현상과 거의 흡사하다고 본다. 만약 이 앨범이, 음악을 앨범으로 듣던 대중들이 여전히 존재했던 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에 발표되었다면 엄청난 센세이션을 몰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때가 너무 늦은 걸까. 이 앨범이 빛을 보기엔 요즘의 대중들은 너무 바쁘다. 앨범은커녕 디지털 싱글 하나 들을 시간도 없다.
음악은 이제 더는 '취미'조차도 될 수 없는 걸까? 취미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또는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이라고 나온다(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즐기기 위하여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할 여유가 대중들에게 더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명반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쉬이 잊히어 버리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이 작품은 존 박이라는 한 뮤지션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존 박은 그간 교포 출신답게도 서구적인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음악들을 선보여 왔다. 그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 한 조각씩 수줍게 내밀던 음악들에서는 하나같이 도시의 세련미가 가득했다. 반대로 말하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소위 '마이너 뽕삘'이 전혀 없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의 정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끝내 이번 정규 2집 [PSST!]으로 존 박은 그의 세계관을 집대성해내고야 말았다. 이 앨범의 키워드를 하나로 압축하자면 'Urban'이다. 교차하며 지나다니는 자동차와 빽빽이 들어선 빌딩 숲, 바쁘게 걸어다니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이 앨범의 음악들이 자연스레 섞일 수 있다. 팝 발라드 계열의 '꿈처럼'을 타이틀로 선정한 것은 안전한 선택이었지만 그보다는 좀 더 과감할 필요도 있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일렉트로니카와 재즈를 접목한 'NIGHTCRAWLER'나 불어에 능통한 스텔라장의 나레이션이 프랑스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더하는 'STUTTER' 같은 트랙을 타이틀로 내세웠어도 반응이 좋았을 것 같다.
이쯤에서 밝히자면, 우리는 이 앨범을 들을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사람이 있다. 바로 앨범 전곡의 편곡을 맡은 홍소진이다. 크러쉬의 'Alone'을 들으면서 '이런 곡을 쓰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고는 처음으로 홍소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따뜻하면서도 세련되고, 복잡한 화성을 쓰면서도 위화감이 들지 않게끔 만드는 힘이 홍소진의 곡에는 존재한다. 존 박이 이런 명반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홍소진의 지분이 적어도 7할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존 박의 앨범 [PSST!]은 흥행에 실패한 앨범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앨범이 끝까지 외면당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가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팝도 좋아한다. 가요를 좋아하는 이유와 팝을 좋아하는 이유가 같을 수는 없을 테다. 이 앨범은 가요 앨범이지만, 가요로 접근하기보다는 팝의 시각으로 접근하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 새로운 시각으로 이 앨범을 바라보면 분명히 큰 감동을 받을 것이라 장담한다. 좋은 음악은 반드시 재조명되어야 한다. 지금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이 앨범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Credits & Comments
01. BLUFF
작사 존 박
작곡 존 박, 홍소진
편곡 홍소진
존 박의 주전공인 스탠더드 재즈로 시작하여, 풍부한 사운드의 코러스와 힙합 비트로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흐름이 인상적이다. 앨범의 인트로 역할도 해내는 듯한데, 재즈(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음악도 도전하겠다는 존 박의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02. Skit (Today's Forecast)
작사 존 박
작곡 홍소진
03. NIGHTCRAWLER
작사 존 박
작곡 존 박, 홍소진
편곡 홍소진
앞의 스킷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곡으로, 음험한 긴장감을 잘 표현하였다. 재즈 화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오토튠 등 일렉트로니카 음악의 요소를 통해 듣는 재미를 더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04. VISTA (Feat. 개코, THAMA)
작사 존 박, 개코, THAMA
작곡 존 박, 김동민, 홍소진, THAMA
편곡 김동민, 홍소진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아메바컬쳐에 몸담은 R&B 싱어송라이터 THAMA(따마)가 힘을 보탠 경쾌한 힙합 곡이다. 존 박의 묵직한 느낌과 따마의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이 한데 어우러져 절묘한 보컬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트랙.
05. 꿈처럼
작사 곽진언
작곡 존 박, 홍소진, THAMA
편곡 홍소진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멜로디와 기승전결이 확실한 팝 발라드이며, 여심 녹이는 존 박의 목소리가 별빛같이 빛나는 곡이다.
06. STUTTER (Feat. 스텔라장)
작사 존 박, 스텔라장
작곡 존 박, 홍소진
편곡 홍소진
스텔라장의 프랑스어 나레이션 덕분에 프랑스 누아르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 굉장히 입체적인 곡이다. 개인적인 추천을 좀 더 하자면, 이 곡을 차에서 큰 볼륨으로 들어보기를 권한다. 드라이브 뮤직으로 아주 그만이다(대신, 안전운전은 필수).
07. ALL I WANT
작사 존 박
작곡 존 박, 홍소진
편곡 존 박, 홍소진, 김동민
네오 소울의 터치가 강하게 드러나는 곡으로, 존 박의 농밀한 음색과 창법이 절묘하게 어우러짐을 볼 수 있다. 후반부에 리듬이 바뀌는 부분이 압권이다.
08. 같은 마음 다른 시간
작사 존 박
작곡 존 박, 홍소진
편곡 홍소진
서정적인 분위기의 미디움 템포 곡이다.
09. SOMEBODY BETTER
작사 존 박
작곡 존 박
편곡 홍소진
겨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재즈 발라드이며, 꾸밈없이 담백하게 표현한 존 박의 보컬도 일품이다.
10. YOU WERE THE ONE
작사 존 박
작곡 존 박, 홍소진
편곡 홍소진
빈티지한 톤의 피아노 연주 위에 담담하게 읊조리듯 부르는 존 박의 보컬 역량이 한껏 빛을 발하는 재즈 곡이다.
11. SILVERLINE
작사 존 박
작곡, 편곡 홍소진
앨범의 아웃트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곡으로, 패드(pad) 사운드를 배경으로 아카펠라, 피아노, 드럼이 순서대로 쌓이는 구성이다. 이 곡을 통해 앰비언트(Ambient) 장르에 대한 존 박의 지향성을 앞으로 좀 더 기대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