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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룬 Sep 14. 2023

그렇기 때문에, 그 덕분에

그랜드캐년 노스림



길이 멀기 때문에

멀리 있는 덕분에


  기대했던 엔텔로프 캐년투어가 끝난 다음의 목적지는 라스베가스. 달려갈 루트를 정하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다 그랜드캐년 노스림을 들렀다 가기로 결정했다. 오전에 멋진 풍경을 이미 봐버려서인지 그랜드캐년으로 향하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던 날이었다. 사진으로 보아오던 협곡의 풍경이 옆으로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던 내 기대와 달리 평온함을 넘어 적막감마저 감돌던 길을 지루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랜드캐년 노스림으로 향하는 길



  구글맵의 안내멘트 종료와 함께 나타난 주차장이 우리가 그랜드 캐년에 도착했음을 알려주었지만, 눈앞의 풍경은 여느 숲과 다를 바가 없었다. 차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멋진 풍경을 기대했던 나. 주차장 옆의 나무 틈새를 내다보지만 그랜드 캐년은 아직 곁을 내어주지 않는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짧은 트레일 코스로 향해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한 풍경은 숨 막히는 웅장함이었다. 이토록 거대한 캐년이 좁은 길의 끝에 숨어있다. 북적이는 관광객도 사진을 찍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도 없는 한적하고 멋진 뷰포인트. 이 어마어마한 곳에 우리만 있는 듯이 거대한 협곡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순간. 조금 멀리 온 덕분에 그랜드캐년을 온전히 느낀 기분이다.


*많은 투어 상품들에서 방문하는 그랜드캐년은 주로 사우스림(South Rim)이다. 여러 도시에서의 접근성이 더 높기 때문에 많은 편의시설과 액티비티가 사우스림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더 고지대에 위치해 겨울에는 도로를 폐쇄하는 등 접근성이 떨어지는 노스림(North Rim)을 방문하는 관광객은 전체 방문객의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길을 잃었기 때문에,

조금 늦은 덕분에


  함께 노스림을 향하던 서연이네 가족은 길을 잃었다. 구글맵의 잘못된 안내로 어딘지 모를 비포장 도로를 한참이나 달려야 했다고. 점점 늦어지는 시간 때문에 라스베가스로 바로 가겠다던 서연네 가족은 고민 끝에 노스림을 향해 차를 돌렸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일지 모르는 여행. 오늘의 여행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 가족들은 해질녘이 되어서야 노스림에 들어섰다. 우리가 차를 돌려 한참을 나갔을 즈음에 노스림으로 향하는 길을 달리던 서연네 가족의 차가 지나간다.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활짝 웃던 두 부부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다음 목적지의 도착 시간을 걱정하는 내게 ‘조금 더 돌아가면 어때’라고 말하는 것 같은 환한 표정. 그렇게 그들이 먼 길을 돌아 만난 풍경은 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길을 잃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아름다운 선셋. 거기에 그들이 있었다.


©photo 반상규





#연준

  우리는 그랜드캐년에 갔다. 오랫동안 차에만 있다가 나와서 멋진 풍경을 보니 가슴이 뻥~~~뚫린것 같았다. 산같이 생겼는데 캐년이 쏙 들어갔다 쑤욱하고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금 아찔하긴 했다. 이게 자연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게 더 믿기 힘들었다. 캐년보다는 산에 가까운 것 같았다. 이상한 생각같이 들리겠지만, 여기서 왠지 스키를 타면 재밌을 것 같았다. 내가 봤을 땐 엄청나게 컸는데 이 정도 크기면 그 산맥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1540년에 탐험가가 처음 발견했다는데 이렇게 큰 데를 어떻게 1540년대까지 못 발견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생각해 보니 아메리카 대륙이 1492년에 발견됐으니 사람들이 그랜드캐년을 못 발견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48년 동안 그걸 발견한 사람이 없는 게 이상하다. 한국에도 멍우리 협곡이라는게 있다는데 어떤 사람은 멍우리 협곡이 한국의 그랜드 캐년이라는데 내가 봤을 땐 한국에 그것보단 큰 게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랜드 캐년을 조금밖에 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도 한 번 가보면 좋을 것 같다.


©photo 박서예


#연우

  우리는 엄마들이 멋있다고 한 그랜드 캐년을 갔다. 우리는 거기까지 차 타고 먼 길을 갔다. 나는 차에서 내려서 터벅터벅 트레일을 걸어서 올라갔다. 나는 중간에서 멋진 풍경이 보이나 두리번 두리번거렸다. 나는 계속 걸어서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그랜드 캐년은 아주 멋있었다. 돌들이 다 뾰족뾰족해서 예뻤다. 우리는 다시 내려와서 차로 가는데 비가 아주 조금 왔다. 우리가 그랜드 캐년을 구경할 때 비가 안 와서 운이 좋았다.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 미국에서 여행을 하던 한국 학생이 이곳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한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퓨마한테 공격받은 사람들도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photo 박서예

  우리는 밤에 라스베가스에 도착해서 스시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우리 가족이랑 지민이 언니네 가족은 도착했는데 서연이 언니네는 길을 잘못 가서 3시간이나 더 걸린다고 했다. 같이 밥을 못 먹어 아쉬웠다. 오늘은 졸렸지만 도시에 와서 신났다.





브런치매거진 <Run, Learn>

반서연(만 11세), 조연준(만 10세), 최지성(만 10세), 최지민(만 10세), 조연우(만 9세), 반승우(만 8세), 6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행일기를 쓰며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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