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trip Pt.2 - 롱 비치 Long Beach
캘리포니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미국의 항구 도시,
롱 비치 Long beach는 엘에이 여행 중 가장 좋았던 도시였다. 한인민박 사장님께선 산타마리아 비치나 베니스 비치를 두고 왜 롱 비치를 가냐며 의아해하셨지만, 우리에겐 여기가 단연 최고였다.
인기 스팟들을 하루만에 다 돌아보거나 홉온오프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는 등의 바쁜 여행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라면, 분명 이곳을 좋아할 것이다. 눈앞에 펼쳐지는 한적하고 고요한 미국 서부의 풍경들, 언뜻 보면 관광지인지 아닌지 뚜렷이 구별이 되지 않는 오묘한 매력을 가진 롱 비치.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맡기고 배가 고파져서 근처 외관이 예쁜 햄버거 레스토랑에 들렀다. 특별 추천 메뉴인 Kilauea 버거와 글루텐 프리 Malibu 버거를 시켰다. 사이드는 트러플 감자튀김과 어니언링. 놀랍게도 버거 세트 하나가 1,990Kcal 라는.... 그래 여행을 왔으니 우리 칼로리는 보지 말기로 하자.
해안선을 따라 쭉 걷다 Rainbow Park 쪽에 도착했다. 쭉 늘어선 야자수와 깨끗한 호수, 사람이 거의 없이 한적한 이곳에서 몇몇 커플들이 오리배를 타고 있었다. 나도 덩달아 마음이 느긋해졌다.
한적해도 너~무 한적한 레인보우 파크. 잠시 피크닉을 하려고 돗자리를 펼쳤는데, 구글맵 후기에 이 공원 호수 근처에 홈리스들이 텐트 치고 생활을 하니 조심하라는 리뷰가 있지 뭔가? 호숫가를 둘러보니 여행객인 줄로만 알았던 사람들이 자세히 보니 홈리스들이다. 목줄 없이 개까지 키우면서 노숙을 하고 있었는데 화들짝 놀라서 피크닉은 고사하고, 당장 돗자리를 접어 다시 큰 도로로 돌아갔다.
빼곡히 정박된 배들. 여기가 포토 스팟은 아니지만 그럴싸하게 풍경이 참 멋있다.
잠시 기념품샵에 들러서 구경도 하고 (딱히 관광 상품이랄 게 없어서 그냥 예쁜 자석 하나 사는 걸 추천)
다음날 브런치를 간단히 스타벅스에서 때웠다. 외국스벅에는 에그바이트 Egg bite 랑 Breakfast 메뉴가 있어서 자주 시킨다. 에그바이트는 런던 스벅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한국에는 왜 아직 없는지 잘 모르겠다. 내 최애는 케일 & 머쉬룸 에그바이트.
자전거를 타고 해안선을 따라 롱비치를 구경하려고 바이크 렌탈샵에 들렀다. 1시간에 $20짜리 2인용 자전거를 하나 빌렸다.
전기 자전거를 빌렸어야 했나 하고 후회할 정도로 굉장히 굴리기 힘든 자전거였지만ㅋㅋ 그래도 같이하니 너무 재밌는 경험이었다. 렌탈샵에서 쭉 내려가서 왼쪽 도로를 따라 직진하면 롱 비치가 나온다.
10분이 채 안 되어 도착한 롱 비치의 풍경.
아직 완전한 여름이 아니라 수영하는 사람들은 없지만 몇몇 사람들이 맨발로 바다를 따라 산책하고 있었다. 나도 잠시 발을 담가 봤는데 헉소리나게 찹다.
돌아가는 길 산책로의 줄지어 선 야자수 나무들
쨍한 햇빛에 야자수 나무들, 알록달록한 색감의 상점들이 모여 롱 비치는 꼭 동화책 속 마을 같은 느낌이 난다. 롤러스케이트나 자전거를 타고, 아기자기한 빈티지 간판의 아이스크림 샵에 들러 당 충전을 해주면 이게 롱 비치 감성이다.
롱비치 근처 액티비티를 찾던 도중 차로 15분 정도 거리의 씰 비치 Seal Beach의 워터바이크 액티비티를 예약했다. 1시간에 인당 $35. 일부러 일몰을 보려고 오후 5시 타임을 예약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다. 역시 아무리 엘에이래도 2월 초는 쌀쌀하다. 워터바이크 타는 법은 전혀 어렵지 않지만 혹시나 바이크가 뒤집히면 견인비용 $50~$100를 받는 요상한 약관이 있으니 주의.
워터바이크를 신나게 타고 배고파져 도보 15분 정도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을 갔다. 걸어가는 길에 있던 동네 느낌이 소위 굉장한 부자 동네 느낌이었는데, 레스토랑에 들어가니 역시나 전부 백인에 그 흔한 히스패닉 한 명 보이지 않더라. 흠 어쨌든 서버분은 굉장히 친절하셨고 음식도 나쁘지 않았다.
롱비치에 있던 내내 호텔 마이에 묵었는데, 실내 수영장, 사우나가 있어서 매일 밤마다 이용했다. 쓰는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어서 너무 좋았다. 사실 여기를 1인 1박당 10만원 정도 되는 가격에 예약해서 아무런 기대가 없었는데, 화장실이 너무 넓고 쾌적하고 침대도 크고 깔끔하고, 룸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너무 좋아서 숨겨진 보석을 찾은 느낌!! (여기는 진짜 나만 알고 싶은 호텔이다.)
아쉬운 롱 비치에서의 2박을 마치고 베니스 비치로 이동했지만, 다음번에는 롱 비치만 일주일 정도 오자고 약속할 정도로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곳이었다. 사실 여기에는 Aquarium of the Pacific이라는 유명한 대형 수족관이 있는데, 입장료와 야생 돌고래 관람(보트 탑승) 체험을 합쳐 $90에 판매하고 있으니 고려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아직 마음은 롱 비치에 있지만,
다음 편은 베니스 비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