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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malyn Feb 29. 2024

LA에서 정열적인 사랑을 찾는다면 여기로

LA trip Pt.3 - 베니스 비치 Venice Beach


여행기를 풀기 전에 이 얘기를 먼저 해볼까 한다.


정든 엘에이를 떠나는 날 공항으로 가는 우버를 잡았는데, 아주 우연히 처음으로 한국인 기사님이 걸렸다. 공항으로 가는 30여분 동안 여러 재밌는 얘기를 하면서 갔는데,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이랬다.


내가 LA에서 본 한국 여자들은 다 한국 안 돌아가고 싶어해. 몰라 남자들이야 모르겠는데 여자들은 그러더라. 그냥 답답하대. 한국은.


어라 그렇게 따지면 나도 기사님이 LA에서 본 한국 여자 중 한 명이네. 실제로도 집(특히 한식)이 그립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학교 친구 중 한 명인 프랑스 여자애한테 이 고민을 얘기했는데, 너는 한국에서 “Black Sheep(어떤 집단에서 이질적인 존재)" 일 것 같다고 했다. 난 타투도 많고, 다른 아시안들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고, 자기주장도 강하고 아주 즉흥적인 편이다.


내 나라를 사랑하고 한국에 사는 게 편하기는 하지만 미국에 있으면 확실히 내가 나대로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 특히 동부보다는 서부 쪽이 더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어린 날의 치기어린 감정일지도 모르고 외국에 잠깐 체류하는 것과 아예 이민을 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서른이 되기 전 외국에 몇 년 정도 거주하면서 나를 위한 나라는 어디일까 찬찬히 생각해보려 한다.



우버를 타고 롱 비치에서 베니스 비치로 이동했다.

체감상 베니스 비치가 가장 날씨가 좋았다. 낮에는 다들 반팔이나 긴팔을 입고 다니는 걸 보니, 2월 말만 되어도 여행하기 아주 좋을 것 같다.


Mao's Kitchen

중식당은 미국 생활 한줄기 빛과 같다. 한식당보다 훨씬 많아서 찾기도 쉽고 어느 정도 한식에 대한 욕구를 달래준다. 여기서 중국식 볶음면과 볶음밥, $2 샐러드를 시켰다.


볶음밥 양이 진지하게 4인분 정도 된다. 양이 심각하게 많아서 거의 남기고 투고박스를 부탁드렸는데 너무 친절하게 응대해 주셨다. 서버분도 친절하시고, 양도 많고, 음식 맛도 아주 좋았다!


There will always be delightful mysteries in your life.

식후 디저트로 받은 포춘쿠키를 열어봤다.

흠, 그래 내 삶이 좀 미스테리하긴 하지. ㅋㅋㅋㅋ


Venice Skateboarding Stuff

사실 엘에이 여행의 불씨는 “베니스 비치에서 스케이트보드 타기”에 대한 로망에서 시작되었는데, 실제로 그게 내 눈앞에 있다니 감격해서 사진 한 컷.


시간당 $15에 스케이트보드를 빌려 스케이트보드 파크에서 첫 라이딩을 했다. 처음에는 중심을 잡기 어렵지만 몇 번 하다 보니 꽤나 잘 타진다. 왼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면 왼쪽 커브, 반대로 주면 오른쪽 커브를 돌 수 있다.


뒤로 보이는 풍경이 그림 같다. 몇 분 안 탄 것 같은데 땀이 줄줄 난다. 은근 유산소 운동인 듯. 친구는 보드를 타다가 뒤로 심하게 자빠져서 심신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갔다. ㅋㅋㅋ


나도 보드를 반납하러 가던 도중 엄청난 인파 속에서 뒤로 자빠졌는데 너무 창피해서 아픔을 잊고 3초 만에 일어났다. 어떤 멕시코 사람 두 명이 나를 일으켜 줬는데, 일어나자마자 그 친구들과 스몰토크를 거의 10분 넘게 했던 웃긴 상황이 있었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알려줬더니 둘 중 한 명이 계속 디엠으로 사랑 고백을 했다...하하 (참고로 현재진행형임.)


스케이트보드 파크에서 보드 고수들 구경하기. 다들 홀린 듯 정말 잘 타서 넋을 잃고 보게 된다. 그리고 이 근처에는 스케이트보더들 뿐만 아니라 서퍼, 유튜버, 틱톡커, 홈리스, 잡상인, 마약중독자 등등 그야말로 빅 샐러드 보울 같은 곳이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심심할 틈이 없을 것이다.(참고로 여러분이 여자라면 더더욱...흠흠. 여기는 사랑의 도시다.)


고민하는 입

전날 저녁 하루종일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뒤져 보다가 다음날 결국 보드 하나를 샀다.


친구는 자전거를 빌렸다. 베니스 비치에서 해안가를 따라 쭉 올라가면 산타모니카 비치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물론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간다면 조금 힘들다...크루저 보드나 롱 보드라면 가능하다.


산타모니카 비치로 이어지는 해안도로가 아주 잘 되어 있다.


다시 베니스 비치로 돌아와서 숙소로 가는 길. 사진을 보니 대마 냄새가 왠지 코끝을 스치는 듯 하지만 그립고 다시 가고 싶다.


베니스 비치 메인 거리


개성 강한 상점들


베니스 비치의 선셋


Collage Cafe. 사장님이 한국분이신 것 같다.

베니스 비치에서의 마지막 날. 친구는 아침 비행기라 먼저 떠나고, 여유롭게 일어나서 체크아웃을 한 뒤 짐을 맡기고 근처 브런치 카페에 들렀다. 여행하느라 밀린 과제를 폭풍 몰아치기로 끝내고, 환상적인 연어 베이글을 즐기며 유튜브를 봤다. 낭만이다!


내 새로운 친구 보드와 함께 LAX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까지 시간 죽이는 중. LA는 여자 혼자 가도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한다(싱글이라면 두배로 재밌는 경험!ㅋㅋㅋ) 낮에 타면 버스도 잘 되어 있어서 안전하고, 장거리나 해진 이후는 우버를 타면 아무 문제없다. 허나 메트로는 좀 비추. 일단 어둡거나 지하에 있는 곳은 혼자 있을 땐 무조건 피하는 게 좋다.


지금 되돌아보아도 참 좋았던 여행이었다. 날씨가 사람의 기분과 성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되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하고. 친구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날아왔는데 최근 고민이 많았던 것이 여기서 생각 정리가 좀 되었다고 한다.


다음번에는 한국에서 운전 맹연습 후 꼭 렌트를 해서 산 호세 - 산타 바바라 - 샌디애고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다음번을 기약하면서 안녕 LA!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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