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캠퍼스 풍경 속, 배경과 어울리지 못하고 비집고 나와 서있는 남자가 있다. 우산 두 개를 양손에 꼭 쥐고 서있는 남자는 대학 캠퍼스가 영 어색한 듯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사회관 입구 쪽에 서있는 남자는 이곳이 자신이 서있어야 되는 곳이 맞는지 누군가에게 확인받고 싶어 하는 눈치다. 아마도 갑자기 쏟아진 비에 우산 없이 등교한 자식이 걱정되었나 보다. 그래서 미처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온 모양이다. 우산의 색깔이나 무늬를 보니 기다리는 자식은 딸인 듯하다. 비는 이제 그쳤는데 품속의 우산을 비로부터 지키려는 듯 팔꿈치를 잔뜩 굽혀 안고 있다. 딸아이를 처음 받아들던 이십여 년 전의 그날, 그때의 모습처럼. 행여나 수업이 마칠 때 다시 비가 올 가봐, 됐으니 가라는 딸의 문자에도 우산을, 갓 태어난 딸아이를, 품에 꼭 안고서 건물 앞을 떠나지 못하는 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