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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무 Jun 24. 2021

고장난 시계

당신은 어느 시간에 머물고 있나요

집에 있는 모든 시계가 고장이 났다.


한 일주일 사이에 처음에는 거실 시계가 고장이 나더니

그다음은 내 방 시계가,

마지막으로 안방 시계까지 죄다 멈춰버렸다.

건전지를 새로 갈아줘도 얼마 후에 보면 다시 멈춰 있다.

그렇게 시계 없이 며칠을 지냈다.


어느 날 TV를 보다 무심코 시계를 봤는데

약을 갈아줘도 움직이지 않던 시계 침이 움직이고 있었다.

소파에서 일어나 잘못된 시간을 바로 맞춰 주었다.


이 시계는 누구의 시간을 따라 흐르고 있었던 걸까.

방에 가서 다른 시계를 보니 초침이 움질거리며 움직이려 애쓰고 있었다.

시간은 여전히,

열심히,

흐르고 있는데,

이 시계는 어떤 시간을,

어떤 순간을 붙잡고 있는 걸까.


그러다 문득,

나는 누구의 시간 속에 머물고 있을까.

어떤 순간을 붙잡고 있을까.

붙잡고 싶은 시간이 있긴 했을까...


시계가 다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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