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 시간에 머물고 있나요
집에 있는 모든 시계가 고장이 났다.
한 일주일 사이에 처음에는 거실 시계가 고장이 나더니
그다음은 내 방 시계가,
마지막으로 안방 시계까지 죄다 멈춰버렸다.
건전지를 새로 갈아줘도 얼마 후에 보면 다시 멈춰 있다.
그렇게 시계 없이 며칠을 지냈다.
어느 날 TV를 보다 무심코 시계를 봤는데
약을 갈아줘도 움직이지 않던 시계 침이 움직이고 있었다.
소파에서 일어나 잘못된 시간을 바로 맞춰 주었다.
이 시계는 누구의 시간을 따라 흐르고 있었던 걸까.
방에 가서 다른 시계를 보니 초침이 움질거리며 움직이려 애쓰고 있었다.
시간은 여전히,
열심히,
흐르고 있는데,
이 시계는 어떤 시간을,
어떤 순간을 붙잡고 있는 걸까.
그러다 문득,
나는 누구의 시간 속에 머물고 있을까.
어떤 순간을 붙잡고 있을까.
붙잡고 싶은 시간이 있긴 했을까...
시계가 다시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