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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무 Sep 18. 2021

우울증이었다

불행의 시작

불행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인생에서 불행이란 존재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물건의 형태로, 때로는 인간의 모습으로, 때로는 처한 환경이나 상황으로… 내 경우에는 나 자신이었다.

자의 없이 빈 껍데기처럼 살아온 내게 자존감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었고 자존심조차도 없었다. 내게 나 자신은 영위하기 버거운 커다란 빈 포장지였다.

나이가 들면서 몸은 커지는데 마음은 여전히 텅 비어있었다. 빈 껍데기를 뭐로든 채워야 일단은 삶을 버텨낼 수 있었다. 그래서 채워나간 것이 분노, 증오, 슬픔, 자책, 절망, 무감각 이들이 뒤엉켜 불행이 되었다.


내게 나는 불행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애정이 없었기에 불행이 되어버린 내 모습에 대한 후회도 없었고 바꾸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늪에 빠지다 못해 늪 자체가 되어버린 내게 출구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불행 속 자리 잡은 무감각이 계속되는 고통에도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탈출할 방법을 모색하거나 차라리 모든 걸 포기한다거나 할 조금의 여력도 없게 만들었다.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이지만 무감각이 가장 무서운 증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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