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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무 Feb 16. 2023

길 위의 사람들

길 잃은 그들은 갈 곳이 없다. 그들이 찾는 표지판은 어디에도 없다. 표지판이 무언지도 모르지만, 길 위에 서서, 어디에도 없는, 표지판을 찾고 있다.


태어난 자리는 분명히 알고 있건만, 그들은 그 자리로 돌아갈 수 없다. 갈 수 없는 길 위에서, 다른 길을 찾는 사람들. 그들이 찾는 표지판은 어디에도 없다.


헤매던 자리에 주저앉아, 무너진 다리를 품에 안고 자궁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새롭게 태어나자. 스스로 만든 길 위에서, 아무도 표지판을 꽂아주지 않는다.


다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눈을 감고 서로의 몸을 더듬는다. 스스로 만든 자궁 속으로 들어가, 자라고, 다시 허물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분명히 아는, 태어난 그 자리로 돌아가려는 사람들.


기어이 심장에 표지판을 꽂고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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