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위스키를 꿈꾸는 증류소
스코틀랜드 증류소 투어는 온라인 예약이 거의 되지 않는다. 메일이나 전화로 진행해야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의심하겠지만, 증류소에 직접 가보면 이해가 된다. 전 세계에 유통하는 럭셔리 브랜드 본고지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시골 동네 중에서도 시골에 위치해 있고, 증류소에서만 50년 넘게 일하신 분들이 가득하고, 전 직원이 몇십 명 수준이다.
더군다나 증류소마다 가격과 소요시간, 테마가 천차만별인 투어를 준비한다. 매일 같은 스케줄이 아니기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였던 투어를 스케줄상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증류소 메인 홈페이지의 투어 소개를 충분히 숙지한 후 메일이나 국제전화로 예약하면 가장 좋겠지만, 여행의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브로셔를 획득하여 충분히 숙지하고 직접 증류소에 방문해 직원의 안내에 따라 투어를 예약하고 스케줄을 짜도 괜찮다.
본격적인 여행의 첫날이다. 조식을 먹고 무작정 The Balvenie Distillery로 향했다. 푸근한 인상의 금발의 아주머니가 방문자센터에서 우릴 맞이했다. 보통 모든 증류소들은 방문자센터가 있고, 여기서 투어 예약 및 기념품, 위스키 판매가 이루어진다. 물론 공간의 크기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보다 작을 것이다. 오늘 스케줄과는 맞지 않아서 다른 날 예약만 하고 바로 옆 발베니 형제 격인 글렌피딕 증류소로 발길을 돌렸다.(글렌피딕 창립자가 글렌피딕을 세운 이후, 발베니를 설립했다.) 발베니 증류소는 엄청나게 큰 부지를 가지고 있어서, 숲 속을 산책하는 느낌을 준다.
윌리엄 그랜트가 1887년 크리스마스에 증류를 시작했다는 The Glenfiddich Distillery. 싱글몰트 대부분의 이름에 들어가 있는 '글렌'은 계곡을 뜻하는 게일어이다. 위스키와 관련된 단어들은 게일어가 많은데, '건배'는 'Slainte mhath(슬랜-자-바, good health)'라고 흔하게 사용한다. 위스키를 마시게 될 때, '슬랜-자-바'를 외치면 웃으면서 답해줄 것이다.
위스키는 물과 보리, 효모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물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글렌'으로 시작하는 위스키가 많은 것 같다. 인접해 있는 증류소들을 물 때문에 강 소유권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글렌피딕은 ROBBIE DHU 스프링 워터를 사용하는데, 투어 중간에 로비듀 물을 직접 먹어볼 수 있다.
'피딕'은 글렌피딕 라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슴'을 뜻한다.
"We might not be everyone`s favorite whisky in the world,
but we are the most famous whisky in the world"
유쾌한 영국 신사 복장의 가이드 멘트가 글렌피딕을 설명하는 가장 멋진 한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대 생산량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또 신규 공장을 추가로 짓는다고 하니 규모를 따라갈 수가 없을 것 같다. 가격도 중고가 수준을 유지해주겠지? 취향이 확고한 사람들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아주 독특한 위스키라던가, 럭셔리한 고급 브랜딩이라든가, 누군가의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가 되기보다는, 누구나 좋아하는 월드 베스트 타이틀을 선택하고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자랑스러워하고 추구해나가는 것이 멋있다.
그래서인지 몇 안 되는 '대기업' 느낌이 물씬 나는 증류소이기도 하다. (돈이 엄청 많은 느낌이랄까.) 사람의 손을 탄 조경의 규모는 크고 아름다웠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본인들을 어필하기 위한 공간들이 곳곳에 보였다. 귀여운 포토스폿들 뿐 아니라, 알찬 메뉴의 레스토랑도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