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선물

by 런던브릭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을 앞세워 영상편지를 찍고 편집을 해서 양가 부모님께 보냈다. 2분 남짓한 동영상에 감동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고 애쓴 나머지 다소 억지스러운 편집이 영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그래도 밥 한 끼 함께 할 수 없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이렇게나마 감사를 표현할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뭐 거창한 내용은 아니다. 아이들의 막춤과 함께 우리가 당신들의 사랑의 수고를 기억하고 있다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짧은 내용이었다.


약 30여 년 전, 그 당시 유행이었던 건지 모르겠는데 나 어릴 적에는 어버이날, 부모님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와 같이 중요한 날에는 우리 삼 남매가 준비해서 공연을 하곤 했었다. 무대는 거실 TV 장식장 앞이었다. 음악도 우리 육성이 전부였고, 춤도 어설펐을 것이 분명하다. 관객은 엄마, 아빠 뿐이었지만, 우리끼리 머리 맞대고 기획하고 몇 날 며칠을 준비하며 즐거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해서 나와 동생들은 이상은의 담다디, 박남정의 널그리며, 김흥국의 호랑나비, 소방차의 어젯밤이야기, 뭐 이런 불후의 댄스곡들을 마스터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런 걸까, 아직까지도 이런 곡들이 어딘가에서 흘러나오면 몸이 먼저 반응하곤 한다.


그 시절, 내 또래의 엄마 아빠는 우리의 어설프기 짝이 없는 공연을 보며 얼마나 행복했을까. 우리 아이들이 그 시절의 내 나이가 되고 보니 아이들이 부모를 위해 준비한 작은 것들이 부모에게는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게 된다. 지금 같았더라면 공연 시작하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으로 담았겠지만, 당시에는 그나마 있던 비디오카메라조차도 아주 중요한 행사 때 장롱에서 조심스레 꺼내서 맘먹고 찍던 시절이었으니... 아쉽게도 그때 그 동영상은 존재하지 않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애틋하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엄마 아빠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양가 부모님들의 반응이 뜨겁다. 그들 앞에서 BTS가 춤을 춘다한들 이보다 열광적일 수 있을까. 돈 한 푼 들지 않은 작은 동영상 선물에 이토록 기뻐할 수 있는 것은 당신들을 향한 우리의 사랑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당신들의 사랑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결코 우리가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돌려드릴 수가 없다. 다만 그 사랑을 기억하고 사랑의 수고에 감사하며 내가 받은 사랑을 다시 우리의 아이들과 이웃들에게 흘려보내는 것이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이다. give & take가 당연한 이 세상에서 give & give가 아깝지 않은 관계가 하나쯤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인생이 헛되지 않았다고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들을 향한 우리의 사랑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당신들의 사랑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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