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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Feb 15. 2022

휴먼브랜드(18)

휴먼브랜드의 스토리 쓰기- 책 쓰기

휴먼 브랜드가 글짓기 프로그램이 [절대] 아닙니다.

그리고 소설가와 시인이 되는 것도 [결코] 아닙니다.

단지 [글]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글을 도구로 사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휴먼브랜드 글쓰기는...

글을 잘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글로 자신을 잘 아는 것이 목적입니다.




휴먼브랜드(16) 업데이트 - 일기 리뷰


그러니깐... 글쓰기는 [발굴]에 가까운 자기 탐험에 가깝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을 한 번쯤 들었을 것입니다.


열 길의 [길]은 사람 키 정도 되는 단위입니다. 열 길이면 열 명의 사람, 약 17m 수심이죠. 한강의 평균 수심이 7~8m니깐 열 길은 한강보다 더 깊은 수심입니다. 열 길 물속을 측정하기 위해  음향측심기(수심측정기)를 사용합니다. 이 기계는 초음파를 발사하여 약 1,500m/s의 속도로 수심 바닥에 이른 뒤에 반사되어 같은 경로로 되돌아오는 성질을 이용합니다.


그렇다면 열 길보다 깊은 사람의 한길을 어떻게 측량할 수 있을까요? 오늘의 주제는 사람의 마음 측정(탐험)입니다. 한 길 사람 속이 열 길 물속보다 깊다는 의미는 실제 깊이가 아니라 어둠입니다. 인간 마음이 어둡기 때문에 깊어 보입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일반화시키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사람의 마음이 어둡고 깊어지는 것은 마음 중심에 있는 ‘욕심’ 때문이죠. 욕심의 대상은 주로 돈입니다. 탐심을 감추기 위해서 사람의 마음은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두워졌기 때문에 열 길 물속보다 깊어 보이는 것입니다. 


일단, 열 길보다 깊은 자신의 마음을 측정(탐험)해보겠습니다.

이전 동영상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자신의 속을 알려는 방법은 새벽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새벽 일기는 음향측심기의 초음파처럼 하루를 향해서 쏘아  보내는 것이죠. 저녁에 새벽 일기를 쓴 것을 보면서 다시 돌아온 감정,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렇게 새벽에 보냈던 자기 생각이 저녁에 돌아온 것을 확인하면서 선형적인 하루 시간을 입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입니다.


새벽 일기와 저녁 일기를 비교하면서 질흙처럼 어두운 내 감정의 밑바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새벽에 세웠던 계획과 결심이 왜 무너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함몰되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기 점검의 기준은 Dos&Don’ts입니다. 왜 안 했지? 왜 피했지? 왜 무시했지? 왜 나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지? 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지? 왜 나는 나를 속였지? 계속 자신에게 왜를 물어보면서 숨겨진 동기와 이유를 확인합니다. 이렇게 [왜]라는 질문을 하면서 자기 안으로 깊이 들어가면 진짜 이유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대부분 그 깊은 곳에는 이기심, 열등감, 교만 같은 것을 볼 것입니다. 아직 제 주변에서는 선한 것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은 없습니다. 물론 저도 제 안에 선한 것은 없었습니다.


이것으로 탐사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마지막 측정은 주말에 새벽부터 아침까지 일주일 동안 쏘아 보냈던 글들을 정리합니다.


주말에 일주일 치 일기를 읽어 보면서 어두운 마음의 수심 지도를 그려봅니다. 도대체 왜 나는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을까? 이렇게 내 마음 정보를 일주일 동안 모으면 심해지도 조각 퍼즐을 하나씩 맞추어 볼 수 있습니다.


일주일이 끝나면 이제는 한 달 일기를 봅니다. 그렇게  한 달 일기를 살펴보면서 분기 일기를 적어 봅니다. 그리고 1년마다 다시 한번 1년 동안의 일기를 살펴보면서 내 마음의 탐험 지도를 완성합니다. 롱샷으로 인생을 살피는 것입니다. 하루 일기를 쓸 때는 내 마음의 깊은 곳을 잘 몰라도 일주일, 한 달 그리고 분기 일기를 쓰고 읽어보면 내 마음의 깊은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일기를 이렇게 쓰는 이유는 내가 나에게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한 길밖에 안 되는 내 마음의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더 솔직히 말한다면 내가 나를 속이지 못하게 일기를 쓰는 것이죠. 새벽의 자신과 저녁의 자신을 비교하면서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죠.


 필요하다면 자신이 참여했던 회의 때 녹음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배우나 가수들이 자신의 연기와 음악을 모니터링하는 것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충격적이죠. 직접 해보시면 바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일기는 쓰기가 아니라 읽기, 되감기, 엿보기, 찾기입니다. 이렇게 일기 쓰기로 글 쓰는 훈련을 하면서 진짜 스토리를 만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한 권의 책 쓰기

자신이 쓰는 책은 휴먼 브랜드를 경험하기 위해 나만 보는 책입니다. 물론 발행할 정도로 탁월하다면 그 방법도  추천합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쓸 책은 발행이 목적이 아니라 발견입니다.

 

쓰실 책 제목은 정해졌습니다. 구독자 일에 대해서 본질적인 질문을 하고 대답을 쓰는 책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쓰려고 했던 책의 제목은 ‘브랜드란 무엇인가?’입니다. 이 질문의 답을 하기 위해서 브랜드에 관한 책을 40권이나 발행했지만, 여전히 이 질문의 대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여하튼 이 질문은 저를 여기까지 끌고 왔습니다. 


만약에 자동차 영업부에 근무하면서 휴먼브랜드를 목표로 한다면 책의 제목은 ‘영업이란 무엇인가?’이겠죠.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면 카페란 무엇인가? 혹은 쉼이란 무엇인가? 도 책 제목이 될 수 있습니다. 학원을 운영한다면 ‘교육이란 무엇인가?’이겠죠. 조경업체에서 그린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나무는 무엇인가?' 혹은 '자연과 인간'이겠죠.


이런 제목으로 쓰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본질적인 [질문과 대답 책]을 쓰기 위해서는 관련 서적을 많이 읽고 전문가를 인터뷰해야 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메모/기록을 하면서 그때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해야 하죠. 내가 되고 싶은 휴먼브랜드 분야에서 본질을 연구하는 것은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아이템을 경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본질적인 질문의 제목을 가진 책은 그 분야 구루가 마지막에 쓰는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이런 제목은 최 고수만이 쓰는 제목이죠)


이런 책을 독자가 쓸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책을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책을 발행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저에게 하면서 여러 책을 썼던 이유는 제가 브랜드가 되고 싶은 분야에서 무엇을 모르는지와 아는지를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책을 쓴다는 마음으로 내가 아는 것을 써보면 내가 모르는 부분이 드러납니다. 알고 있다는 믿음이 사라지고 사실만 나타나죠.

제가 어떻게 책을 썼는지 샘플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휴먼브랜드 책 쓰기는 처음부터 서론 본론 결론, 혹은 기승전결로 체계적으로 쓸 필요가 없습니다.


노트를 펴면 펼친 면이 나올 것입니다.

한 페이지에 하나의 질문을 적습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답변을 적습니다.

책을 읽다가 이 질문에 대답이 될 것 같다면 적으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대답을 쓰는 것보다 질문을 계속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질문 노트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한 번에 질문의 답을 적을 필요는 없습니다. 매일 한 개의 질문에 한 줄의 대답도 좋습니다

매일 무언가를 적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문에 답이 필요한 것은 별도의 관련 서적을 읽어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한 개의 질문이 있는 페이지에 날마다 여러 개의 대답이 달릴 수 있습니다.

한 달이 지나면 가장 만족스러운 답을 그중에서 하나를 찾거나 아니면 모든 연결된 또 다른 나의 대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가지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이런 제목에는 다른 제목도 따라옵니다.

-브랜드가 아닌 것은 무엇인가?

-진짜 브랜드와 가짜 브랜드란 무엇인가?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는 무엇인가?

-브랜딩의 목적은 무엇인가?

-누가 브랜드를 만드는가?

-브랜드가 브랜드 되는 조건은 무엇인가?

-사랑받는 브랜드의 조건은 무엇인가?

-브랜드는 왜 사라지는가?

-실패한 브랜드는 누가 망치는 것일까? 


먼저 이렇게 자신이 브랜드로 론칭하려는 분야에서 100개의 질문을 적어봅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서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적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 질문에 계속 자신의 생각을 적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되면서 처음 질문에 수많은 나의 답변이 달아지면서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말씀 드린 책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사전(辭典, dictionary)입니다. 




내가 쓰는 휴먼 브랜드 백과사전(百科事典encyclopedia)


백과사전의 의미는 '다양한 종류의 지식을 가르쳐 기른다'의 뜻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점검]을 하는 것도 휴먼브랜드에게 중요한 과정입니다. 기업에서는 브랜드 기업문화 구축을 할 때 [브랜드 사전]을 만들기도 합니다. (아래 [Read more]에 자료 글이 있습니다) 


한번 해보겠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정의해보십시오.' sns로 친한 사람에 사랑에 관한 정의를 물어보십시오. 결코 같은 정의가 없을 것입니다. 단어의 정의는 자기 세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단어들을 [정의]되지 않고 주로 [감정에 담겨] 있습니다. 감정으로는 분명히 알 것 같은데 적어 보면 유치해지죠. 좋은 글은 좋은 생각에서 나옵니다. 좋은 브랜드도 좋은 생각에서 나옵니다. 휴먼브랜드가 되기 전에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 세계는 자신의 단어를 말합니다. 


저의 자기다움과 휴먼브랜드를 위해서 제가 적은 질문을 몇 개를 소개하겠습니다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행복의 기준은 무엇인가?

-내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나에게 무엇인가?

-신앙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배울까?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나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무엇일까? 

-나만 보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스스로 어떤 질문을 하는가? 

-나는 최근에 어떤 질문을 많이 했는가?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것은 무엇일까? 


휴먼브랜드로서 받는 질문과 대답이죠. 


이렇게 100개의 질문을 만듭니다. 이것도 책 쓰기와 같은 방법으로 질문에 매일, 매주, 매달마다 자신의 대답을 적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길게 쓰려고 하지 마십시오.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을 알기 위해서 쓰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쓴 글을 읽는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속삭임 어떨 때는 중얼거림과 비명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내가 미쳐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참모습에 창피하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아주 낯선 나를 만나는 것에서 그렇게 시작합니다

지난 동영상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무조건 처음 드는 생각을 믿지 않습니다. 그것은 선입견이거나 습관의 형태가 많죠

그래서 저는 처음 생각을  글로 쓰면서 자신에게 묻습니다. 이게 진짜 나일까? 


휴먼브랜드에서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dos & don'ts를 완성하기 위함입니다.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휴먼 브랜드가 되는 훈련입니다. 



https://youtu.be/go9Rv_3eUa0




ST Unitas의 ESG

브랜드 교육 프로그램 내용은 아래 주소에 있습니다. 

공지사항 : https://blog.naver.com/unitasview



Read more


BTS의 멤버 지민은 2020년 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크리스마스 러브'(Christmas love)라는 자작곡을 발표했다. 문제는 노래 가사 중에  [흰 눈처럼 소복소복 넌 내 하루에 내려와]의 ‘소복소복’이었다. 이것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를 가지고 전 세계 아미들이 토의를 했다. 

  오징어 게임에서도 ‘오빠’와 ‘깐부’라는 단어를 가지고 어떻게 영어로 해석할 것인가를 가지고도 논쟁했었다. 지금도 영어권에서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이고’와 ‘거시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를 가지고 고민 중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우리도 이것을 영어로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언어는 문화의 결정체이다. 문화 안에 있지 못하면 그 단어를 해석할 수 없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다. 2022년을 철학으로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실존주의가 아니더라도 이 정의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 이해가 된다. 언어가 있어야만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많은 패션 브랜드가 브랜드 경영을 하기 위해서 사람을 뽑거나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방법을 쓰지만 그것은 근본의 시작이 아니다. 브랜드 경영을 ‘진짜’ 원한다면 먼저 해야 할 것은 브랜드 용어집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첫 단추다. 교과서에 나오는 브랜드 전문 용어를 전 직원이 외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회사에서 사용하는 브랜드, 콘셉트, 마케팅, 아이덴티티라는 브랜드 용어에 대해서 서로 논의하고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애플의 브랜드와 코카콜라의 브랜드 개념, 기준, 수준은 다르다. 패션과 전자 제품이 말하는 브랜드 언어도 다르다. 패션 브랜드도 명품과 패스트 패션에서 말하는 브랜드 용어도 다르다. 그런데 패션 브랜드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다른 브랜드 정의를 사용하면서 계속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브랜드에 관해서 디자인, 영업, 마케팅 팀의 오해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이 바로 브랜드 사전 제작이다. 


 왜 필요한지는 바로 증명할 수 있다. 지금 옆 자리에 있는 동료 직원과  [콘셉트는 무엇인가?] [아이덴티티는 무엇인가?] [브랜드 경영과 디자인 경영은 무엇이 다른가?]를 이야기해보자. 설명하기도 어렵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에 대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브랜드 전략을 기획할 수 있을까? 



브랜드 용어는 브랜드의 집이다.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소설 <1984>에는 신어(新語, Newspeak)를 사용하는 오세아니아(Oceania)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이 신어라고 부르는 것은 영어인 구어(舊語, Oldspeak, 즉 표준 영어)를 대체하는 언어다. 이 언어의 특징은 단어 수를 줄이는 것과 또 다른 개념을 설명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국민의 자유분방한 사고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조지 오웰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 1889-1951)은 인간은 약속된 문자로 이름을 정하고, 이름은 기호 체계가 된다고 말했다. 이런 기호에 생각과 사유가 함축되어 인간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문자는 인간이 자기 정체성을 갖게 하고,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글로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논리로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언어 커뮤니케이션은 언어 게임으로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활동’이라는 의미다. 모든 인간은 공통적으로 일반 상식과 문화적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으며,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삶의 상식과 양식에 의해 언어의 성질과 작용이 결정된다. 즉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체계는 일반 상식과 문화 양식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자신의 언어 한계가 자신의 세계의 한계다’. 이 말은 ‘브랜드의 언어의 한계가 브랜드의 한계다’라는 뜻이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와해성 포지셔닝’과 같은 전쟁 용어에서 차용한 마케팅 신조어와 BX(Brand eXperience)와 같은 신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언어가 인간의 삶(시장)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까? 사용자들과 소통은 할 수 있을까? 비관할 필요는 없다. 10년 차 마케터들은 이미 그런 용어로 소통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알고 있다.


 아날로그 마케팅 용어로 디지털 브랜드에 관해서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질문을 해보자. 경쟁 전략을 항상 고심하면서 동시에 광고와 홍보 업무를 중점적으로 맡는 마케터에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일까? 트렌드와 경쟁 상품의 디자인에 온통 관심이 쏠린 디자이너가 말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일까? 자신의 업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 잘 모르는 브랜드 매니저에게 마케팅 및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일까? 어느 날 그들에게서 마케터, 디자이너, 브랜드 매니저라는 직함을 빼버리고 커뮤니케이터라고 부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수많은 매체와 메시지가 난무하는 현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소통이다


 그래서 브랜드 경영을 위해서는 회사 직원이 합의하고 정의한 [브랜드 사전]이 필요하다. 브랜드 사전을 통해서 비용, 시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막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브랜드에 대해서 서로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현실 자각의 겸손한 시간]을 갖게 한다.



falling falling, soboksobok

결국, 소복소복은 falling falling으로 번역이 되었다. 그리고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 장독대에 눈이 10cm 넘게 쌓인 그림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억지로 번역은 했지만 [흰 눈처럼 소복소복 넌 내 하루에 내려와]의 메시지 핵심은 소복소복이 아니다. 실제 이 가사의 메시지는 조용히, 갑자기, 놀랍게 그리고 반갑게 왔다라는 ‘느낌(기쁨)’이다. content가 아니라 context다.


 브랜드 경영을 위해서 content를 담는 것처럼 대기업 혹은 명품 브랜드 전문가를 뽑는 것이 우선이 아니다. 전 직원이 같은 브랜드 모습과 방향을 이해할 수 있는 용어의 합의 과정과 정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경영자와 직원이 생각하는 브랜드의 총체적 개념 정리를 비롯해서 브랜드인 것과 브랜드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렇게 브랜드 용어집을 만드는 목적은 단순히 브랜드 단어 정리가 아니다. (따라서 마케팅 팀원들에게 용어집을 만들라고 지시를 하면 안 된다) 모든 임직원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브랜드에 관해서 직접 써서 제출하고 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기업 자체가 서로 하나가 되는 브랜딩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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