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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은 꿈의 그림자

Vivo Sonhando

by 송영채

너희들이 초등학생이 되면서 운동회에 간 적이 있었어. 승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같은 팀을 목놓아 응원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대견해 보이던지. 엄마 마음이 뭉클했단다. 하지만 운동회 결과는 예상 밖이었어. 어떻게 해서든지 두 팀이 무승부가 되는 게임이었지.


엄마가 어릴 적 운동회는 달랐어. 가차 없이 점수를 매겨 승부를 가려주었거든. 우리 팀이 이기면 뛸 듯이 기뻤지만, 지면 분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지. 내년엔 더 잘해서 우리 팀이 이기도록 하겠다는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으며, 속상한 마음을 다독이기도 했어.


물론 어린 시절부터 편을 갈라 승부를 하는 건 좋지 않은 것일지도 몰라. 그런데 엄마가 아쉬웠던 건, 엄마의 어린 시절에는 실패와 패배의 기억에서도 무언가를 뜨겁게 느끼고 삶을 배웠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야.


넘어지고 실패하는 건 분명 아프고 괴로운 경험이야. 하지만 그런 경험이 있어야 더 자신 있게 걷고, 더 멀리 뛸 수 있다고 생각해. 운동을 배울 때도 안전하게 넘어지는 방법을 먼저 배우는 경우가 많아. 넘어짐과 실패가 곧 성장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야. 하지만 요즘 너희들은 그렇게 넘어지고 실패하는 기회를 빼앗기고 있는 건 아닐까. 엄마는 조금 걱정이 된단다.


꿈을 꾸고, 꿈을 쫓는 건 마냥 기쁘기만 한 과정은 아니야. 꿈을 꾼다는 건 지금 내게 없는 것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결핍과 좌절감을 동반해. 게다가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은 길고 힘들고, 꿈이 이뤄질 거라는 확신도 없기에 더더욱 사람을 지치게 하지. 그리고 만약 꿈을 이루려는 노력이 실패로 끝나게 된다면, 깊은 상실감과 쓰라린 패배감에 휩싸이게 되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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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딸들아, 세상에 단 한 번의 시도로 꿈을 이룬 사람은 없을 거야. 성공하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지지부진한 시간은 꼭 필요한 법이란다. 꿈을 이루려면 고된 과정을 견디는 것은 물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줄 알아야 해. 그런데 만약 좌절과 실패에 익숙하지 않다면, 꿈을 쫓는 길을 지레 포기해 버릴 수도 있어.


꿈을 꾸는 게 아무리 괴롭고 힘들더라도, 우리는 꿈을 꿔야 한다고 엄마는 생각해. 꿈을 꾼다는 건 사람을 가장 인간답게, 그리고 빛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야. 꿈을 통해 사람은 창조하고, 도전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하게 되니까.


너희가 꿈꾸고 도전하는 마음을 잃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너희에게 다가올 실패와 좌절까지도 엄마는 두 팔 벌려 환영하려고 해.


≪Vivo Sonhando≫는 ‘나는 꿈꾸며 살아’라는 뜻의 보사노바 곡이야. 이루어질 수 없는 괴로움이 될 줄 알면서도, 꿈꾸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고백을 담고 있지.


난 나의 슬픈 작은 꿈들을

저녁의 부드러운 바람에게 속삭여

나는 정말 희망 없는 사람인가 봐

내가 잘하는 건 두 가지 뿐이야

하나는 꿈꾸는 일

다른 하나는 너를 사랑하는 일 ≪Vivo Sonhando≫ 가사 중


엄마도 그럴 때가 있었어. 꿈이 너무 멀게 느껴질 때, 실패했을 때, 주변에서 내 꿈을 비웃는 것 같을 때, 스스로 꿈을 내던져 버리기도 했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꿈을 되찾고 싶어졌어. 꿈을 품고 있을 때 내가 가장 나답고 행복하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야. 넘어져 좌절하다가도, 꿈을 꼭 껴안고 뒹굴다 보면, 마음속에서 희망과 힘이 다시 샘솟았거든.


그래서 엄마는 생각을 바꾸었어. 꿈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에 좌절하기보다는, 여전히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기로. 그렇게 마음을 바꾸니, 꿈을 쫓으며 마주하는 괴로움이 조금 옅어지고, 꿈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은 훨씬 더 가벼워졌어.


세상이 아무리 모질고 인생이 아무리 우리를 시험해도, 꿈을 꿀 수 있다면 언제나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 그래서 엄마도 결심을 했단다. 다시 꿈꾸기로. 그리고 앞으로, 엄마가 살아 있는 한 언제까지나, 꿈꾸기를 멈추지 않기로.


그러다 보면 가끔 넘어지고 아플 수도 있겠지. 하지만 언젠가 할머니가 되어서라도 끝내 꿈을 이뤄내는 엄마의 모습을, 우리 딸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 그 모습이야말로, 엄마가 너희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빛나는 유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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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o Sonhando≫(나는 꿈꾸며 산다)는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Antônio Carlos Jobim)이 만들었고, 영어 가사는 진 리스(Gene Lees)가 지었어. 꿈꾸고 사랑하는 것이 바로 삶의 본질이라는 보사노바의 정서를 담고 있지. 1980년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의 앨범 Terra Brasilis에서의 재녹음 버전은, 삶의 관록이 더해져서 더욱 차분하고 성숙해진 목소리로 더 깊어진 세계를 담고있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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