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irl from Ipanema
둘째야, 너 혹시 한 소녀의 걸음이 어떻게 전 세계인의 마음속에 깊이 남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니?
1962년,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과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이파네마 해변에 있는 ‘카페 벨로주’라는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음악도 만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대. 그러다 매일 카페 앞을 지나가는 17살 소녀를 보게 되었단다.
햇살 아래서 걷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어떤 모델의 워킹보다 리듬감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자유로워 보였대.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았고,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걷는 것도 아니었지. 그저 자신만의 스윙으로 해변을 거닐고 있었던 거야.
그 모습을 본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은 이렇게 말했대.
“그녀의 걸음은 음악 같았어. 우리가 만들고 싶었던 바로 그 리듬이었지.”
그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The Girl from Ipanema≫(이파네마에서 온 소녀)였단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사노바 곡이 한 소녀의 걸음에서 태어난 순간이었어.
보사노바는 1950년대 말 브라질에서 생겨난 음악이었지. 그 당시 브라질은 사회·정치적 긴장과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었는데, 젊은 예술가들은 조용하고 섬세한 리듬으로 내면을 노래하기 시작했어. 삼바의 강렬하고 화려한 리듬을 최대한 덜어내고, 기타 한 대와 목소리로, 조용히 속삭이며 세상에 말을 걸었지. 세상의 기준을 따르기보단, 오직 자신의 감각과 리듬으로 빚어낸 음악이었어.
그래. 조빔의 회상대로, 보사노바는 자신만의 리듬으로 당당하게 걷던 그 소녀의 걸음처럼, 자신만의 리듬과 목소리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자 했던 거야. 그 소녀와 보사노바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운명적으로 느껴져. 그리고 그 운명적 만남은 전 세계인의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전하게 되었지.
그 노래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단지 소녀가 예뻤기 때문이거나, 노래가 감미로웠기 때문만은 아니야. 그 소녀는 누구의 관심도 기대하지 않고, 그저 ‘나답게’ 존재했고, 그리고 그런 장면을 가장 ‘나답게’ 표현한 보사노바였기에, 그 보사노바 고유의 매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었던 거야.
그런데 그 노래 뒤에 숨은 소녀의 진짜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니?
그 소녀의 실제 이름은 ‘엘로 피네이루’(Helô Pinheiro)였어. 사람들은 그녀를 ‘이파네마의 소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17살’이라 불렀지만, 정작 그녀는 자신이 그 노래 속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대. ‘내가요? 나보다 훨씬 더 예쁜 여자들이 많은데요?’라며 믿지 못했다는 거야.
그리고 그 노래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자, 오랫동안 그 유명세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오히려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대. 그래서 오래도록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 애쓰며 살았다고 하더라. 나중에 노년이 된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
“사람들은 내가 곧 그 노래라고 믿었지만, 나는 내 삶 속에서 ‘진짜 나’를 찾아야 했어요.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죠. 그 노래 속 소녀가 결국 나였다는 것을요.”
엄마는 이 말이 참 좋았어. 진짜 ‘나’는 남들이 봐주는 모습이 아니라, 내가 삶 속에서 천천히 찾아가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거든. 아름다움도 타인의 시선에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자각하는 순간에 피어난다는 것도...
큰 파도처럼 밀려온 유명세와 인기, 뜨거운 관심이 지나가는 그 한가운데서도, 이파네마의 소녀는 자신의 삶을 지키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갔어. 그리고 마침내 자기 안의 아름다움을 찾아냈지. 그 ‘긴 이야기’가 3분 남짓한 노래 뒤에 숨어있는, 진짜 우리 인생의 이야기인 것 같아.
둘째야, 넌 어릴 때부터 참 신기한 아이였어.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너만의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려 했지. 갯벌에 놀러 간 날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진흙을 묻히고 갯벌과 물아일체가 되었어. 함박눈이 쌓인 날엔 눈밭에 누워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발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지. 주위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곤 했단다.
어쩌면 너도 이파네마의 소녀처럼 네 안의 리듬과 아름다움을 묵묵히 따라가는 아이일지도 몰라.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고, 세상이 정해준 박자에 맞추기보다, 너만의 걸음으로, 너만의 스윙대로 걸어가는 아이 말이야.
하지만 그런 너도 네 리듬을 찾고 지켜나가기 위해 아마 아주 오랫동안 노력해야 할지도 몰라. 주변의 기대나 평가에 흔들리기도 하고, 너만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듯한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꼭 기억하렴. 너는 언제나 네 리듬을 따라 걸어도 괜찮다는 것을. 빠른 속도로 가지 못하더라도, 그 길 위에서 더 깊어진 너만의 리듬과 아름다움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세상이 너를 바라볼 때 너는 그저 네 스윙으로 걸으면 돼. 바다와 햇살이 너를 따르듯, 당당하게, 자유롭게, 너답게.
큰 기에, 햇볕에 그을린 피부,
젊고 사랑스러운,
이파네마에서 온 그 소녀가 걸어가요
그리고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모두가
“아…” 하고 감탄하죠
그녀의 걸음은 마치 삼바 같아요
시원하게 리듬을 타고, 부드럽게 흔들리죠
그녀가 지나갈 때마다, 모두가
“아…” 하고 감탄해요
≪The Girl from Ipanema≫ 가사 중
≪The girl from ipanema≫는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Antônio Carlos Jobim)이 곡을 쓰고, 비니시우스 지 모라이스(Vinicius de Moraes)가 가사를 붙였어. 후에 노먼 김벨(Norman Gimbel)이 영어 가사를 썼지.. 1964년, 앨범 Getz/Gilberto에 담긴 아스트루도 질베르토(Astrud Gilberto)의 부드럽고 담백한 보컬이 미국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고, 이 곡은 단숨에 세계적인 보사노바 열풍을 일으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