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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단순한 리듬의 힘

Bim Bom

by 송영채

셋째야, 어릴 땐 늘 언니들이 멋져 보였지? 언니들은 키도 크고, 말도 잘하고, 책도 혼자 읽을 줄 알고, 글씨도 예쁘게 쓰니까. 언니들이 태권도복을 입고 멋지게 태권도를 할 땐, 넌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지. 그러곤 근엄한 표정을 지은 채, 야무지게 쥔 양손으로 허공을 가르며 태권도 동작을 열심히 따라 했어.


어려서는 언니의 모든 게 좋아 보이고 부러워 보이는 게 당연한 거야. 그렇게 조금씩 따라 하면서 네 마음이 자랐던 거란다. 그런 너의 모습이 엄마는 무척 사랑스러웠어.


이제 엄마가 들려줄 이야기는 보사노바라는 음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관한 거야. 그 시작은 아주 작고 단순했어. 어느 날 한 남자가 기타를 치며 이렇게 중얼거렸대. “빔-봄, 빔빔-봄…”


그게 바로 보사노바 최초의 노래, 조앙 질베르투의 ≪Bim Bom≫(빔봄)이야. 그는 빨래바구니를 들고 걸어가는 여인의 단순한 리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일상 속 아주 사소한 동작의 반복에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음악이 태어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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É só isso o meu baião 그게 전부야, 내 바이앙은.

E não tem mais nada, não 그리고 더는 아무것도 없어.


가사에서 말하는 바이앙(baião)은 조앙 질베르투의 고향인 브라질 북동부 지역의 전통 리듬이야. 이 곡의 단순한 선율과 스타일은, 단순한 가사와 정확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자신에게 충실한 단순한 요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거야.


이 노래는 단순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줘. 다 비워낸 공간 속에 진짜만 남은 것 같거든. 세상은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있어. 더 빠른 템포, 더 복잡한 구성, 더 많은 장식이 좋은 음악이고, 멋진 삶인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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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엄마는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가장 단순한 리듬이 가장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아무리 주위에서 큰 소리로 떠든다고 해도, 네 마음 깊숙한 곳에서 들리는 너만의 리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그 리듬은 때로는 네 마음속에서 “빔-봄” 하고 조용히 울릴 거야. 주변에서 들리는 크고 화려한 소리에 비해 너무 보잘것없고 초라해 보일 수도 있어. 하지만 엄마는 네가 다른 사람들을 따라 복잡하게 치장하려 애쓰는 대신, 조용히 네 리듬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 그 단순하고 소박한 리듬이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 될 테니까.


하지만 셋째야, 지금은 실컷 언니들을 부러워해도 괜찮아. 마음껏 흉내 내고 따라 해도 돼. 세상을 배우는 건 언제나 따라 하는 것에서 시작하거든. 그러다 어느 날, 네 안에서 ‘빔-봄’ 하고 울리는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소중히 키워나가길 바란다. 엄마도 네 곁에서 너만의 ‘빔-봄’ 리듬을 함께 들을 날을 기다리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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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m Bom≫은 조앙 질베르투(João Gilberto)가 만든 곡으로, 보사노바의 시작으로 평가받는 곡이야. 엄마는 Chega de Saudade(1959)에 실린 버전으로 감상 중이야. 가사에 나오는 ‘바이앙(baião)’은 브라질 북동부 지역의 전통 리듬인데, 조앙은 절제된 기타연주 안에서 자신이 뿌리를 둔 바이앙의 리듬 구조를 발전시키며, 보사노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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