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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네 세상은 오늘이야

Meu Mundo é Hoje

by 송영채

첫째에게,

10대가 된 너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도 쉽게 흔들리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인지 자신 없어 하기도 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한껏 위축될 때도 있지. 어느 날은 친구들 사이에서 굳어진 이미지가 네 진짜 모습과 너무 달라 버겁다며, 모두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어.


사춘기란 게 이런 걸까?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 말이야. 이 과정은 누구에게도 쉽지는 않을 거야. 엄마도 그랬거든. 엄마도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릴 때가 많았어. 모든 게 혼란스러운 와중에, 나를 단단히 잡아줄 무언가,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버팀목을 찾고 싶었지. 어쩌면 그건, 좀 더 ‘나다운 나’를 향해 가는 여정이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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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시기를 지나 어른이 된 엄마도, 단 한마디 말로 너에게 깨달음을 줄 수는 없단다. 왜냐면 그건, 스스로 흔들리고 깨져야만 비로소 배울 수 있는 너만의 여정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엄마는 대신 한 곡의 보사노바를 들려주고 싶어. 바로 ≪Meu Mundo é Hoje≫라는 곡이란다. 이 곡의 가사는 아래와 같아.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를 좋아하려면, 이대로의 나를 좋아해야 해

나의 세상은 오늘이야, 내게 내일은 없어

나는 이렇게 살고, 언젠가 이렇게 죽을 거야


후회도, 위선의 무게도 짊어지지 않을 거야

돈이나 지위 때문에 자신을 속이며

땅바닥까지 기어가는 사람들이 안쓰럽게 여겨져

나는 그런 거대한 무리에 속해본 적이 없어

왜냐하면 꽃 말고는 관 속에 가져갈 게 없다는 걸 알거든


≪Meu Mondo é Hoje≫ 가사 중


첫째야, 너는 너만의 박자, 너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자격이 있어. 무엇이 정답일지 몰라 헤매는 이 시기에도, 너는 분명히 네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야. 그렇게 흔들리고 헤매면서 너는 너만의 박자와 리듬을 빚고 있는 것이란다 그렇게 네 마음을 빚어낸 다음엔, 그 마음의 울림을 따라 살아나가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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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기준이 뭐라고 하든, 다들 너더러 “그건 아니야”라고 말하더라도, 너는 네 마음을 지킬 줄 아는 아이였으면 해. 왜냐면 때로는 세상이 말하는 ‘정답’이 네 삶에는 ‘오답’일 수도 있거든. 세상이 말하는 ‘정답’을 따르다가 잘못되더라도, 세상은 네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아. 너만의 ‘정답’으로 살아야 비록 실패하더라도 다시 고쳐서 또 도전할 수 있는 거야.


후회 없는 삶은,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키는 데서 시작된단다. 너의 가치관을 지키면서 산다면, 과거의 실패도 널 괴롭힐 수 없고, 미래도 네게 두려움울 줄 수 없어. 네게는 ‘충실한 오늘, 지금 이 순간’만 남게 될 거야. 그리고 너만의 가치를 따를 때, 너는 더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고, 그렇게 결국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거야.


첫째야, 인생의 무대 위에서 지금 네가 연주하는 곡은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울릴 수 있어. 너의 세상은 바로 지금이야. 지나가 버린 과거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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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u Mundo é Hoje≫(내 세상은 오늘이야)는 1940년대 빌송 바치스타(Wilson Batista), 오타비우 지 소우자(Otavio de Souza)가 만든 삼바곡이야. 브라질 삼바의 전통적인 정서인 “지금 이 순간을 살자”는 태도가 담겨있지. 엄마는 지금 엘리에찌 네그레이로스(Eliete Negreiros)가 부른 곡을 듣고 있어. 이 버전은 원곡의 삼바 리듬은 유지하면서도 보사노바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무드로 재해석되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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