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나에게 말했다.
자신은 흐르는 운명을 거스르지 않는다고.
운명이라기보다는 우주의 흐름을 역행하려 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우리의 인연은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간다고 말했다.
나는 궁금했다.
우리의 관계는 어떤 모습과 색깔이었을지.
나는 그를 앞으로도 계속 마주치게 될 운명인 건지.
혼란스러웠다.
그는 오래된 사진기를 꺼냈다.
영화에서만 보던,
사진사가 긴 선으로 카메라에 연결된 버튼을 꾹 누르면 사진이 찍히는.
그는 내 손을 잡아끌어 낮은 나무의자에 앉혔다.
커다란 창문에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부셔서 얼굴이 찌푸려질 정도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듯했다.
'햇살이 너무 밝은 것 아닌가?'
내 마음을 읽은 듯이 그가 말했다.
"보석에 닿은 햇살이 수만 가지 색으로 광채를 내듯이
아름다운 영혼은 햇살, 달빛 아래서 오색으로 빛나.
너도 그래."
"너의 모든 색깔과 단면이 보여,
내가 이 생에서 만난 어느 영혼보다 아름다운..."
그 순간 나는 그가 나조차 꺼려지는 나의 어두운 구석들을 볼까 봐 두려워졌다.
그는 따뜻한 손으로 내 손을 꽉 잡았다 놓았다.
"물론 선과 악을 떠나서 모든 영혼이 그 존재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지만...."
나의 두려움마저 읽어버리는 남자를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CBmsns-wS7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