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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소방관 Jan 15. 2023

엄마가 맛난 떡 만들어줄게,  조금만 기다려!

모양 송편 클래스편

삐요삐요

응급실에 갔다.



첫째가 며칠 전부터 배가 아프다고 하더니 갑자기 통증 주기가 10분으로 짧아져서 다급한 마음에 달려갔다. 이무래도 입원해야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바로 병실로 이동. 그렇게 첫째와 나는 조마조마했던 사흘을 보냈다. 용감하고 씩씩하게 버텨준 덕분에 금요일 낮에 퇴원했고 우리는 홀쭉해진 모습으로 집에 왔다. 금식했던 우리는 밥도 열심히 먹었고 부족했던 잠도 열심히 보충했다. 토요일은 그렇게 흘러가고 드디어 일요일!



외출복으로 갈아입는 엄마를 보고 첫째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퇴원은 했지만 장염으로 열이 계속 떨어지지 않아 몸 상태는 여전히 안 좋았다. 그런 첫째가 눈에 밟히긴 했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이렇게 외치며 나왔다.  



"엄마가 맛있는 떡 만들어서 올게~ 조금만 기다려"




오늘은 모양 송편 수업이 있는 날.

그동안 설기만 만들었더래서 이번 수업이 굉장히 기대되었다. 더군다나 며칠 동안 병원에만 있다가 오래간만에 나오니 기분 전환이 절로 됐다.



도착하고 수업 시작!



송편 재료와 만들기 과정을 설명해 주셨다. 재료는 '쌀가루, 여러 가지 천연 가루와 색소 가루, 그리고 깨소'가 있는데 '깨소'라는 단어부터가 생소해서 직접 만들기 전까지는 뭔지 몰랐다. 송편 만들기 과정은 설기 때보다 짧게 느껴져서 어렵지 않겠다 싶었지만 '익반죽', '소분', '성형'... 낯선 단어들로 머릿속에선 순서들이 뒤죽박죽이었다. 거기에 오늘 만들 떡 개수가 열 가지.....??? 어리둥절하며 만들기 시작.



소분한 반죽에 천연 가루와 색소 가루를 넣고 조색한 미니 반죽들

 


잣 두알 넣고 모양내서 꽃송편 만드는 중이다



찜기에 들어가기 전이지만 너무너무 예쁘다! 연습 많이해서 더 다양한 모양들을 만들어보고 싶다(수박, 딸기, 멜론 등등)



꽃송편 위에 올리는 꽃과 잎사귀는 조색된 반죽을 소분해서 먼저 찐 다음 모양틀로 모양을 내고 반죽 위에 올려준다 (앗.. 그런데 왜 이렇게 해야되는 거였는지 기억이 안난다;;;;;



자유롭게 만들어본 꽃송편.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앙증맞게 만들었다



만들기는 끝났다. 이제 15분만 기다리면 맛있게 익은 모양 송편들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선생님께서는 청소 및 정리를 하신다



짜잔-!

완성된 나의 이쁜이들~ 100% 첫째가 좋아할 것 같다



수업시간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쉬는 시간도 없이 정말 알찬 수업이었다.



색도 다양하고 모양도 다양한 송편들을 만들어 봤기에 복습을 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릴게 분명하다. 없는 재료들이 대부분이라 주문부터 빨리 해야 할 텐데... 걱정은 나중에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달려갔다.



띠띠띠띠띠

철커덕!



"엄마~~~~~~~~~"

"엄마~~~~~~~~~~ 떡?"



엄마만큼이나 기다렸던 떡이었나 보다. 친정부모님도 계셨기에 다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서 시식했다. 어른들은 하나씩 맛보았고 첫째는 떡으로 식사하셨다. 나는 엄청 맛있어서 "음~ 음~"하며 하나 더 짚어 먹고 있는데 엄마는 이상한 표정을 지으시기 시작하셨다. 그러시더니 "떡 식감이 쫄깃하지 않구나. 안에 든 깨소에서 설탕이 너무 씹히는데 덜 익는 것 같구나" 하셨다. 아빠도 처음엔 맛있다고 하셨지만 엄마의 평에 동의하시는 듯하고.. 남편도 살짝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수업 중 시식할 때부터 계속 맛있게 먹었기에 갑작스러운 가족의 평이 당황스러웠다.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이리저리 생각해 봤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 오늘 수업은 재미있었고 !

-> 나는 많은 걸 배웠고 !

-> 울 첫째 아드님은 너무나도 맛있게 먹고 있고 !



이렇게 마음을 먹고 정신없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내일의 할 일>

: 천연 가루(자색고구마/단호박/쑥), 색소 가루(치자청색소), 콩가루, 삼각봉, 원형 나무상자, 포장봉투 주문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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