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서 보내는 일요일 오전. 두 아가들은 감기에 걸려 고생 중이라 어디 놀러 나가는 건 절대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집콕. 내 성격상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시부모님과 남편도 사알짝 심심해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을 하나 벌리기로 했다.
전통방식의 팥고물 만들기와 수수팥떡 만들기.
시부모님 댁 아파트 바로 앞에 떡집이 있어서 혹시나 멥쌀가루, 찹쌀가루, 찰수수가루, 국내산 팥이 있나 가보았다. 없으면 시부모님과 아가들 다 같이 농협마트 다녀올 생각이었다. 오! 그런데 웬걸~ 원하는 게 전부 다 있었다. 찰수수가루는 사가는 사람이 없어 준비되어 있지 않다고 하셔서 오후에 픽업하기로 예약했고 나머지 재료들을 사 왔다.
나는 다른 것보다 이 기본 재료들을 준비하는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먼저 팥고물 만들기부터 시작!
1. 팥 계량 및 씻어주기
소량만 있으면 되지만 미리 넉넉하게 만들어두면 나중에 바로바로 쓸 수 있어서 봉지에 담겨있던 800g 모두 씻어버렸다
2. 팥의 5배 정도 되는 물 넣고 소금 넣고 끓이기
물과 소금을 넣었으면 끓여준다. 쎈불로 시작해서 수분이 날아가는 것 같으면 불을 점점 줄여주면 된다
* 1시간10분 경과
팥 삶는 동안 나는 아가들을 보느라 시어머님과 남편이 가끔씩 팥을 저어주셨다.
* 추가 25분 경과
푹 다 삶아진 것 같아 불을 껐다
3. 다른 팬에 적당량 덜어 타지 않게 수분 날려주기
이때까지만 해도 이 과정이 이토록 어깨 팔 손 다 아픈 작업이었는지 몰랐다. 그리고 팥 800g을 우숩게 보면 큰 코 다친다는 것도 몰랐다
* 쉼 없이 바닥 긁으며 저어주고 스파출러로 빻기
팬이 달아 오르면 팥이 바닥에 들러 붙는다. 이걸 계속 떼어내어 타지 않게 하고 덩어리진 것도 계속 으깨준다. 그리고 팥이 푹 삶아졌기에 스파츨러로도 쉽게 빻아진다
* 중간점검
그렇게 무한반복 하다보면 수분이 날라간 팥의 색은 눈에 띄게 밝아져있다
* 완성된 팥고물
수분이 다 날라간 팥고물. 드디어 1/3 했다
4. 수분이 날아간 팥은 쟁반 위에 올려 식혀주기
파슬파슬해진 팥고물 향기가 집 안 가득하다
5. 1/3 또 옮겨서 수분 날려주기
처음 덜었던 1/3 양보다 더 많아서 팔이 지인짜 아팠다. 남편과 협동해서 열심히 수분 날려주고 쟁반에 식혀주었다
6. 소분해서 냉동보관하기
첫번째와 두번째 쟁반에 들었던 팥고물을 소분하니 총 900g(300gx3팩)이 나왔다. 다음을 위해 냉동고에 넣었다
7. 남은 1/3 마저 수분 날려 날려 날리기
끝이 보인다. 조금만 더 힘냅시다!
8. 쟁반에 식힌 후 소분해서 냉동보관하기
301g은 냉동보관하고 마지막 374g은 곧 만들 수수팥떡에 쓰려고 한다. 팥고물을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팍팍 묻혀줘야지~
팥고물이 완성됐으니 지금부턴 수수팥떡 만들기!
9. 멥쌀가루 & 찰수수가루 계량하기
찰수수 가루는 처음 보는데 색감이 아주 고급지다
10. 두 가지 섞고 같이 채에 걸러주기
시댁엔 없는거 빼곤 다 있다. 다양한 도구들을 가지고 계셔서 어떤 요리든 가능하다
11. 걸러준 가루에 설탕 넣고 섞어주기
달달해져라~~
12. 85도 물 넣고 익반죽 하기
시댁엔 원하는 온도&양으로 물을 받을 수 있는 "우리가 선물드린" 정수기가 있어 너무 편하다 :)
* 익반죽 정도는 이 정도면 되는 듯...??
수수팥떡은 물에 삶아서 만드는 떡이니 물주기를 덜 줘야되고, 익반죽이 비교적 단단하다고 느낀다면 성공한 것이다
* roll the dough하고 싶다고 노래 부르며 먼저 자리 잡아버린 아드님~ 롤러는 그의 필수템이다
우연한 기회에 떡을 알게 되고 배우기 시작해서 아들과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힘들다.. 아들이 지나간 흔적..)
13. 익반죽을 소분해서 동그랗게 빚기
수분이 살짝 적은 익반죽이라 힘 줘서 빚지 않으면 부서진다. 두 손바닥으로 꼭 꼭 누르면서 동그랗게 만들어야 삶을때 망가지지 않는다
14. 팔팔 끓는 물에 반죽 삶기
반죽을 넣을 땐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젓가락으로 저어준다
15. 반죽에 묻힐 팥고물에 설탕 넣기
이때 살짝 멘붕이 왔다. 멥쌀가루랑 찰수수가루에 설탕을 넣어줬던 것 같은데 팥고물에 또 넣어야 되는건지 아닌지..고민하다가 넣었다
16. 익은 떡이 물 위로 떠오르면 찬물에 식히기
채로 건져서 찬물로 옮기고 '한번 더 물을 갈아' 식혀준다(이렇게 하면 더 탱탱해지지 않을까 하는 내 판단이었다)
* 탱탱탱해진 나의 떡쓰
이건 그냥 이렇게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먹어보진 않았지만)
* 물기 제거하는 걸 깜박했다. 식힌 떡을 채에 담아 쟁반에 옮길 때 키친타월을 채 밑에 대고 톡톡 치면 떡에 있던 물기가 빠진다
17. 떡에 팥고물 묻히기
18. 수수팥떡 완성!
이렇게 담으니 더 먹음직스럽다
* 시식타임
아들은 팥고물을 먹고 어른들은 저녁식사로 수수팥떡을 김치와 함께 맛있게 드셨다
낮 12시에 시작해서 저녁 7시 반에 완성했다. 시식하고 뒷정리하니 9시. 후딱 아가들 씻기고 잘 준비하니 10시. 결국 나는 첫째 재우러 들어가서는 같이 곯아떨어졌다. 열심히 달린 하루였다. 시부모님과 남편도 며느리/아내 덕분에 고된 하루였을 것 같다. 고생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