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 사랑해, 엄마

백혈병 투병일기(2)

by 구름

이제 막 사춘기의 터널로 진입한 중2 첫째 아들과 초6 둘째 딸.

아이들에게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당장 병원 서칭과 예약에 정신이 없었다.

내가 안방에서 병원에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고 있을 때 집에 온 아이들에게 같이 계시던 친정엄마가 무슨 얘기를 하셨나 보다.

(나중에 첫째에게 물어보니 엄마 암 같은 거 걸렸다고 하셨단다.)


저녁을 먹던 첫째가 무심히 툭 내뱉었다.

엄마 죽어?


"사람은 누구나 죽지."

나는 애써 담담한 척 말했다.

"많이 아파?"

아이는 여전히 밥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다시 물었다.

"아니. 아프진 않아."

아이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나도 다시 안방으로 들어왔다.

밥을 다 먹고 숙제까지 (웬일로 스스로) 마친 아이가 안방으로 들어왔다.


엄마, 아프다고 생각하면 더 아파진대. 나을 수 있다 생각해. 힘내. 엄마, 사랑해.


아이는 나를 꼭 안아 주었다.

이제 나보다 덩치가 커져버린 아이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 말았다.


그 후로도 아이는 수시로 나에게 다가와 증상을 확인하고 응원의 말을 건네고 안아주었다.

마치 엄마가 떠나기 전 사랑 표현을 남김없이 하려는 듯.

그 마음이 애달파 번번이 눈물이 흘렀다.


골수검사를 위해 입원한 날 밤.

아이가 문자를 보내왔다.


엄마, 안 아프다 생각하고 병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고, 엄마는 강하니까 이겨낼 수 있어 알았지? 내일 검사 아프지만 잘해. 엄마 사랑해.
엄마 찾아봤는데 백혈병 불치병 아니고 엄마 안 아프다는 거 보니까 초기증상 만성골수성백혈병인 것 같은데.
이거는 항암제나 엄마골수 빼고 일반인 골수 넣으면 된대.
진행속도 느리고 치료성적이 굉장히 좋대.



하루에 얼마 허락되지 않는 유튜브 보는 시간을 쪼개 엄마 병에 대해서 찾아본 모양이다.


아직 밤에 자기 전 안아달라고 팔 벌리며 오는 우리 집 중2.

누가 중2병이라 했던가.

엄마 위로까지 해주는 사랑스러운 나의 눈물 버튼.


(둘째 얘기가 없는 건 둘째는 아직 해맑습니다. 그래도 엄마 언제 와? 많이 아파? 아프지 마 정도의 위로는 건네는 순수한 어린이입니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1화하나도 안 아픈데 암이라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