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투병일기(3)
화양연화
꽃같이 아름다운 시절
40여 년 살았는데 왜 아름다운 시절이 없었겠는가.
학창 시절 친구들과 신나게 놀던 때부터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보물 같은 아이들을 만나고.
참 보석같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많았다.
완전 일찍은 아니지만 친구들 중 비교적 빠른 결혼을 했고 빠른 출산을 했다.
아이들을 품에서 놓을 수 없어 친구들과의 만남도 아이 동반이 아니면 아이들을 다 재우고 난 밤에나 잠깐 가능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유흥을 좋아해 술자리는 좋아했지만 술은 잘 마시지도 즐기지도 않았다.
(맨 정신으로 노래방 가서 춤추기 가능)
늦바람이 무섭다 했던가.
아이들이 품을 떠나가면서 나는 밤마실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보는 알딸딸한 술기운의 즐거움.
가뜩이나 높은 텐션을 더 올려주는 알코올의 위력.
뒤늦게 만난 텐션 비슷한 친구들까지.
지역 최고 상권인 집 근처에서 신상 술집들을 탐방했다.
초6 딸은 어른이 되면 바로 하이볼과 과일소주를 먹겠단다.
"왜 술이 먹어보고 싶어? 엄마가 술 먹는 게 즐거워 보여?"
(집에선 술을 마시지 않고 남편은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다.)
"응. 행복한 중년을 즐기고 있는 거 같아."
(중, 년,,, 인생이라고 해주면 안 되겠니ㅠ)
언제까지 이렇게 놀겠냐.
45세 정도면 이제 체력 떨어져 못 놀지 않겠어?
5년만 신나게 놀자.
꽃이 떨어지기 전 만개하듯.
예상한 5년이 채 되기도 전에.
활짝 폈던 나의 꽃은 2년 만에 지고 말았다.
이제 술은 평생 안녕.
밤마실도 아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