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투병일기(4)
건강검진 센터의 전화를 받고 사무실을 부랴부랴 나와 그 길로 지역의 3차 병원이자 대학병원의 응급실로 향했다.
건강검진 센터 결과실 간호사가 진료의뢰서를 들고 응급실에 가면 추가 검사를 연계해 줄 거라 일러 주었었다.
그런데 웬걸, 응급실에서는 건강검진에서 한 정도의 검사밖에 못하니 추가 검사를 하려면 외래를 예약하라고 퇴짜를 맞았다.
멍한 상태로 나오면서 이 병원과 서울 메이저 병원들에 예약 전화를 돌렸다.
역시 의료 대란으로 예약이 쉽지 않았다.
가장 빠른 곳은 이주일 뒤, 길게는 6개월 뒤.
그러다 지역 2차 병원(이지만 대학병원)에도 종양혈액내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보통은 혈액종양내과라 놓쳤다.) 전화를 해보니 바로 다음날 진료가 가능하다 했다.
긴장과 불안에 잠을 설치고 간 외래 진료에서 교수님은 다른 병일 확률은 매우 낮다고, 수치가 바로 검사가 필요한 수치니 바로 입원해서 검사를 하자고 하셨다.
그렇게 시작된 내 인생 최초의 입원.
(출산을 제외하고)
수액을 달기 전까지 분명히 나일론 환자였다.
병동 이곳저곳을 누비며 시설들을 확인하고 구경했다.
찰나의 자유였다.
다음날 조영제 투입을 위해 굵은 바늘로 수액을 다는 순간 갑자기 환자가 되었다.
한쪽 팔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화장실만 갈래도 수액대를 끌고 가야 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이어지는 소변 검사와 피검사.
피는 대체 몇 통을 뽑는 건지, 퇴원할 때 내역을 보니 검사항목이 어마무시하긴 했다.
다음은 엑스레이 촬영.
간호사가 "엑스레이실 어딘지 아세요?"라고 묻기에 "아니요."라고 했더니(약도를 주거나 설명해 줄 줄 알았다.) "그럼 저희가 모셔다 드릴게요."라고 하고 나가기에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잠시 뒤, "구름님, 엑스레이 촬영하러 가세요."라는 소리에 침대밖으로 나가 씩씩하게 걸으니 뒤에서 들리는 당황한 목소리.
"구름님!! 여기 앉아 가세요!!"
응?? 앉긴 어디에 앉아??
그곳엔 휠체어 한 대가 있었다.
"저 걸을 수 있는데,,,"
"휠체어 타고 가셔야 해요."
갑자기 중증 환자가 되어버렸다.
이동하는 내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너무 민망하네요."
"병원놀이 한다 생각하세요."
나보다 더 유쾌하신 간호사님.
여기까지는 모두 아주 가뿐한 검사였다.
이튿날,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이 찾아왔다.
조영제를 투입하고 하는 CT 촬영.
이건 환우 카페에서도 후기를 못 봤다.
CT 야 뭐 몇 번 찍어 봤으니,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저 조영제가 복병이었다.
"몸이 뜨거우실 거예요. 놀라지 마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선생님들이 사라지셨다.
'뜨거워봤자지 뭐.'라고 생각하는 찰나, 갑자기 목구멍이 뜨거워져오더니 엉덩이 끝까지 불이 난다.
아, 이거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
검사는 금방 끝났지만 이 조영제는 울렁거림과 어지러움을 남겼다.
물을 많이 먹어서 조영제를 소변으로 내보내라는데 젠장, 나는 곧 골수 검사를 해야 한다.
내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골수 검사를 하고 지혈을 하기 위해서 2시간에서 4시간까지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해, 화장실을 갈 수 없다.
이건 또다시 말해, 물을 먹을 수 없다.
고로, 이 조영제는 한참을 내 속에 있어야 한다.
이 의외의 복병은 나를 급격히 환자의 반열에 올렸다.
-백혈병 환자의 관문, 골수 검사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