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제일 듣기 싫은 소리

왜 이렇게 말랐어

by 구름

암진단 직전부터 살이 조금 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365일 다이어터? 유지어터?이고

운동은 주 6회 병행하면서 군것질을 줄였으므로

나의 노력의 결과라 생각하고 흐뭇한 참이었다.


그런데 암 진단을 받고 살이 더 빠졌다.

초반엔 항암식단(=건강식)을 시작했고

밀가루를 끊고 설탕 든 음식 거의 안 먹고 군것질(과자, 아이스크림 등)을 안 먹다 보니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건강식의 효과라기엔 너무 많이 빠졌다.


평소 나의 BMI 20.2 -> 진단 직전 19.8 -> 진단 한 달 뒤 19.4 -> 세 달 뒤 18.7


평소에도 통통하지 않은 정도의 적당히 보기 좋은 몸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항상 조금만 방심하면 통통의 범주로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마른 몸을 가져본 적은 내가 기억하는 한은 없다.


지금은 누가 봐도 말랐다.

의도치 않게 그리도 원했던 슬랜더 몸매를 갖게 되었다.

갈비뼈가 드러나고, 치골근까지 드러났다.


먹는 음식의 종류는 바뀌었지만 먹는 양은 거의 1.5배~2배로 늘었다.

그러나 살은 계속 빠졌다.


후에 알고 보니 암세포가 비정상 증식/분열을 엄청 하는데 이때 에너지를 엄청 쓴다고 한다.

고로 내가 먹는 영양소들을 암세포들이 훔쳐먹고 있단 것.

그래서 더 먹어도 살이 빠졌던 것이다.

혈액암이 항암제로 좀 줄어들면 살이 다시 찔 거라고 했다.


나는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니고 내가 지금 살을 빼고 싶은 것도 아닌데,

내 병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볼 때마다 입을 댄다.

"왜 이렇게 말랐어. 잘 좀 챙겨 먹어."

네, 저도 찌우고 싶어요. 저도 의도한 바가 아니거든요.


내 병을 모르고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응, 다이어트 중"

아픈 건 알지만 구체적인 사람에게는

"아파서 빠진 거예요. 저 엄청 먹어요."

내 병을 아는 사람에게는

"암세포가 영양소를 뺏어가서 그렇대요. 저 엄청 먹어요."


모두가 걱정의 이야기인 것을 안다.

그런데 나는 만나는, 아니 마주치는 사람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해명을 해야 한다.

딱히 유쾌한 상황은 아니다.


내가 아는 다른 암 수술을 한 언니는 저 앞에 아는 사람이 보이자 돌아가자고 했다.

왜 이렇게 말랐냐는 말 듣기 싫다고.


주변에 암환자가 있다면,

너무 앙상하게 말라있더라도 잘 챙겨 먹으라는 걱정의 말보다는 그냥 일상의 대화를 건네주면 어떨까?

먹는 게 정말 걱정이 된다면 먹을 수 있는(병마다 제한되는 음식이 있으므로) 음식을 물어보고 슬쩍 건네주면 어떨까?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7화외향형 인간의 신변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