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투병일기(7)
항상 골골거리다가도 여행을 가면
가진 에너지의 200퍼센트를 끌어 돌아다니고
집에 축축 처져 있다가도
밖에 나가면 에너지가 생기는
나는 MBTI E 가 100퍼센트인 극 외향형 인간이다.
술을 좋아하기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술자리를 좋아해서
비정기적으로 소집되는/하는 여러 모임이 있다.
발병 전에는 이런 모임들이 나에게는 스트레스 해소 창구였다.
문제는 이놈의 병이 진단되고 나서다.
병이 의심되고 바로 다음날 골수검사를 위해 입원을 해서도 나는 당장 잡혀있던 약속 두 건을 취소해야만 했다.
그때는 내 병을 알리기엔 말만 꺼내도 나도 오열각이었기에 적당히 둘러대고 약속을 취소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 마음의 안정을 조금 찾았을 때,
수시로 만나는 가장 친한 그룹의 친구들에게 투병 사실을 알렸다.
바로 며칠 전까지도 같이 술을 마시며 멀쩡히 놀았기에 많이 놀랐지만
짐짓 태연한 척 덤덤한 위로를 주고받았다.
(후에 알았지만 이들은 집에 가서 울었다고 한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투병 사실을 알리는 게 나에게 어떤 스트레스로 다가올지...
또 조금의 시간이 지나 병과 함께 뉴노멀의 삶에 적응해가고 있을 때,
다른 그룹의 친구 한 명이 술 한잔 하자며 연락이 왔다.
일단 적당히 둘러대며 빠져나왔는데,
얘는 앞으로도 술을 마시자고 종종 연락을 할 텐데
계속 이렇게 둘러대면 결국 오해가 쌓이고 관계가 끝나겠구나 싶어 결국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는 다른 친구에게도 이야기를 전했고,
둘은 울먹이며 전화가 왔다.
나는 울며 슬퍼하던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는데,
지금 이 사실을 마주한 친구들은 놀라고 슬펐겠지만
나는 다시 그 어두운 터널에 끌려가는 기분.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던 내 새로운 삶이
파사삭 깨어지는 기분.
문제는 내게 종종 술 마시자 하는 그룹이 세 개가 더 남아있고,
앞으로 적어도 세 차례는 더 이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
왜 많은 사람들이 투병 사실을 숨기고 차라리 인간관계의 단절을 택하는지도 조금은 이해가 된 순간.
그렇지만,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얻는 나니까.
나의 새로운 상황을 함께해 줄 친구들을 기대하며,
겪어야 하는 과정이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지나고 나면 이들과의 관계도 한층 단단해지리라.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주위에 투병 중인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울면 같이 울어 주세요.
하지만, 웃으며 버티고 있다면,
같이 웃어 주세요.
그 웃음이 힘들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