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1. 넌 어떤 꿈과 목표를 가지고 사니?

by 언노운

꽃 피는 20살 4월, 조울증이 발병했고 내 삶을 완전히 장악했다. 나의 가치관, 성격, 심지어 '자아'까지 바꿔버렸다. 이제 나는 발병 전의 내가 나인지, 발병 후가 나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그토록 혼란스럽던 상황에서 한 가지는 차마 놓지 못했다. 그건 바로 '생명'이었다. 나는 나라는 사람을 끔찍이도 경멸했으면서도 나를 끝까지 놓지 못했다. 잠시 손을 놓으면 모두가 편해질 수 있는데, 그걸 지금까지 꾸역꾸역 끌고 왔다.



왜 그랬을까 되물으면, 부모님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싶지 않았다. 조울증이 발병하고, 대학을 N수까지 하면서 많이 속썩였다. 고3 때 우울증 증상이 올라오기 시작했으니, 꼬박 3년이라는 시간이다. 히키코모리가 되어 방 밖조차 나가지 못했던 자식을 보며, 그들 또한 갑갑함을 느꼈으리라. 그래서 정신을 놓을 수가 없었다. 죽을 수 있는 용기조차 없었다. 내가 없다면 부모님은 어떻게 살까, 그 마음의 무게가 계속해서 날 짓눌렀다.



그리고 '나' 때문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나는 나를 그토록 죽이고 싶었으면서도 살리고 싶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나, 너무 억울하다고. 내 모든 행동을 가로막아섰던 조울증이라는 자식이 죽도록 밉다고. 이젠 편하게 조울증 없는 데서 살고 싶다고. 하지만, 이렇게 죽기에는 너무 아쉽고, 내가 너무 불쌍했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데, 아직 이루지 못한 꿈도 많은데, 무엇보다 내가 죽으면 대한민국에서 우리 부모님 같은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나는 깡이 부족했다. 그렇게 시간은 갔다.



그런데 말이야, 그렇게까지 하면서 붙잡고 싶었던 꿈과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을까?




출처: ChatGPT


'따뜻한 현실주의자'
'세상을 바꾸는 사람'



내가 세상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해하고 돕고 싶어서’기 때문이다. 특히 아픈 사람, 약자, 무너진 사람에게 마음이 간다.



하지만, 단순히 감정적으로 돕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를 고민한다. 단순한 선의는 한계가 있다. “이게 오래가려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스템은 정책, 마케팅, 서비스 기획 등이 있겠다. 직업은 중요하지 않다.



마케팅 기획자, PM가 될 수도 있고, 정책 기획자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회사 CEO가 될 수도 있다. 아니면 기업의 사회공헌팀, 사회적 기업에서 근무할 수도 있다.



즉, 사회문제와 경영을 잇는 일이다.



나는 꽤 오랜 시간부터 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내가 조울증 환우로서 다양한 사업의 수혜를 받은 것도 있지만, 어린 시절 할머니가 청각장애 + 치매 환자셨기 때문에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러한 이유에서 사회복지학과를 택한 것도 있었지만, 현실이 한계였다. 하지만, 사회복지학을 택했던 과거의 가치관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저 돈이 문제였을 뿐이다. 그래서 현실과 이상을 타협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이것이 편입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지금의 학과, 대학에서는 이 모든 것을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살아 있고, 살아 갈 이유를 다시 한 번 정리해봤다.




또 단란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내가 만든 가정과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진 가정이 모두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홀로인 삶은 너무 외로울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고, 눈을 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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