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를 시작하고 더 자주 받기 시작한 상담
심리상담을 시작한 것은 작년 즈음이었다. 집에서 1시간 거리의 유명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다. 꽤 고가의 금액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럿 차례 받았지만, 내 증상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심리상담보다는 약이 나를 잠재워주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상담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왜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라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계속된 전 남자친구의 상담 권유에 '정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그가 소개해준 상담소 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3개월 넘게 상담을 받고 있다. 입시를 시작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학기 중에는 2주에 한 번 받고 있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다. 살이 급격하게 빠지거나, 성적이 엄청 오르거나.. 그런 혁명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상담이 '마음 근력'은 키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말 못 할 아픔이 있다. 그것은 깊은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어, 선뜻 함부로 꺼내기가 두렵다. 그렇지만, 거기서 발생하는 상처의 잔해들은 여전히 우리를 괴롭힌다. 그것은 말투로도, 행동으로도 드러난다.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무의식은 그것에 반응한다.
나 같은 경우, 이것이 입시에 큰 방해가 되었고, 마지막으로 상담을 받게 된 것이다.
상담은 그 상처를 펼쳐서 조합하는 역할을 한다. 아픔을 분해하고,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드러내고, 새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그것을 조합한다. 종종 또 다른 비슷한 일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지 배우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을 행하면서 마음 근력은 성장한다. 또 다른 일이 발생했을 때, 더 이상 위축되지 않을 테니까.
나는 그것을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꽤 꾸준히 일기를 써왔고, 내 내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상담사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일개 일반인의 해석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해석에 있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단지 내 역할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생각을 정립해 오는 것이고, 상담사는 내 관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 내가 친구의 갑작스러운 차단에 분개해서 말을 쏟아부으면, 상담사는 그 상황을 분해해서 내가 생각한 그 이유가 정답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담해 온 데이터를 토대로 또 다른 이유를 제시한다. 나는 몰랐지만, 내가 바쁘고 처리해야 하는 일이 많을 땐, 특히 예민해지고, 말을 함부로 내뱉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런 것들이 은연중에 친구들에게 상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이어, 앞으로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나 중심적 사고'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제야 나는 그 친구가 차단한 이유에 납득할 수 있었다. 이 과정 자체가 쉽지는 않았다.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싸매면서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에서 얻는 깨달음이 분명 있었고,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꾸준히 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다. 입시를 시작하고, 2주 만에 책 2권을 끝냈다. 모의고사라는 목표도 있었지만, 상담사 선생님의 동기부여 특강(?)과 할 수 있다는 말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지속된 입시 실패로 주눅들어 있던 나에게 주입식 교육은 내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2주에 한 번씩 만나니까 2주동안 열심히 해서 칭찬 받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원래 잘 한다, 잘 한다 하면 더 잘 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 이것도 사실 1번과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런 힘과 용기는 마음 근력을 키워주고, 힘든 삶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하루 하루 그렇게 보내다 보면, 어느새 그런 사람이 되어 있다는 말을 명심하고 있다.
물론, 이건 내 경우일 뿐이다. 사람에 따라서 상담 방식이 달라지고, 각자 체감 후기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조울증 환우 분들 중에는 상담을 고민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치료 방식 중에는 인지행동치료도 있으니까. 그렇게 고민하는 분들께 내 솔직한 후기평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