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13. 조울증 수험생의 '10월 회고'

by 언노운


정신 없었다. 부모님과 약속한 수험 조건이 '기존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었기에, 매일 눈 뜨면 하루가 금방 갔다. 나는 과외, 프리랜서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대학교 시험 공부까지 해야 했다.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수험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아직 그 방법을 온전히 찾지 못한 것 같지만... 10월을 보내며 깨달은 바가 있어 적어본다.



1. 모든 하루가 안정적일 것이라는 착각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바로 매일같이 안정적인 아웃풋을 뽑아내는 것이다. 매일 12시간씩 공부하고, 같은 컨디션으로 유지하는 것. 그리고 나같은 조울증 환우에게 그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깨달았다. 날씨, 생리, 스트레스 등 영향을 많이 받고, 아무리 약을 열심히 먹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몸이 원망스럽지만, 그럴 땐 그냥 받아들이는 게 답이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체념이라고 부를까나? 가끔은 현실을 인정할 때 마음이 편하다.


10월도 그런 날이 있었다. 내가 사는 지역은 한 달 내내 비가 왔다. 광치료고 탄수화물이고 내 세로토닌을 채워주지 못했다. 우울이 심해졌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100% 효율을 포기했다. 하루를 살아내는 데 집중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에만 전력을 다 했다. 하루 1시간이어도 괜찮았다. 나에겐 지속 가능성이 중요했다. 그렇게 다시 해가 뜨기 시작했고, 나는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2. 빡빡한 계획표는 절대 NO


1번이랑 이어진다.


7~8월에 많은 계획을 세우면서 다~ 해낼 것이라 믿었다. 브런치에도 계획표 글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10월 한 달동안 느낀 건, 빡빡한 스케줄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조울증 환우는 변수가 많다. 당장 오전에 기분이 괜찮아도 밤이 되면 우울해질 수 있다. 한 달동안 집중이 안 되는 날이 10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유동적으로 스케줄을 짜야 한다.


그래서 기존 계획표를 뒤집어 엎었다. 매일 오전에 인강 3개 듣는다? 댓츠 노노우... 나는 픽스된 시간을 제외하고, 컨디션에 맞게 할 일을 배치했다. 과외 준비 시 책 읽고 ->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면,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책 읽고 정리하는 것까지만 하자!'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계획 짤 땐, 최대한 넓게 잡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2주동안 책 2권 끝내기, 처럼 매일의 압박 없이 차근히 이뤄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안 된다. 뭐든 과한 건 독이다. 이렇게 했더니, 지난 달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내 방법이 정답은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경험담일 뿐이니, 가볍게 읽어주시기 바란다/



수험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사실 아직 자신이 없긴 하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해야 할 일도 많고... 합격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 과정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난관이 찾아올 것인데, 이건 그 중 하나의 바람이다. 바람을 조정하는 법을 배우면, 태풍과 쓰나미가 몰려와도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실패하든 성공하든 나는 나를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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