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면 그래. 이렇게 살으라는 뜻이었구나.. 하게 돼.
지난여름, 지금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없이 어디도 갈 수 없던 시간에 저흰 훌쩍 강원도 홍천으로 떠났습니다.
삼 남매를 반듯하고 선하게 키워내시고, 다시 산속으로 들어와 조상님이 물려주신 12만 평의 산을 일구며 사시는 비움 농원 주인장님들을 만나 뵈러 가는 길이었습니다.
1박 2일 동안 홍천에 머물면서, 이름 그대로 몸과 마음의 도시 때가 깨끗이 비워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넓은 산속 발길 닿고 눈길 닿는 모든 곳에 피어나는 각종 약초, 나물들과 그 한 포기마다 묻어난 정성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오 년 십 년 긴 시간으로 호흡하는 농업의 흐름은, 촌각을 다투며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도시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그 무엇보다 정신의 환기를 불어넣어 주었던 건, 담담하지만 뜨거운 열정으로 상상하지 못한 농촌의 모습을 보여주셨던 아버님의 에너지와 (산 곳곳을 누비는 모노레일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참으로 따뜻하고 선하신 어머님의 온기였습니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이 두 분의 인터뷰를 담아보려 합니다. 인생 최고의 명이나물을 만났던 비움 농원 안주인 김종녀 님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7R-Gqn8gPxg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비움 농장의 안주인 김종녀입니다. 지영이 엄마고요.
아이들이 셋이고, 남편 따라 여기 농장으로 왔습니다. 첨에는 안 오려고 했는데, 그래서 많이 싸웠지요. 남편을 이기지 못하고 따라왔는데 와서 보니 경치가 너무 좋아서 좋기는 해요.
낯설지만, 새로운 곳에서의 삶 어떠세요?
일은 힘들지만, 제가 시골 출신이니까 잘 적응하고 열심히 일도 하고, 사는 게 재미있어요. 인생을 여기서 또 시작하니까. 제1의 인생은 애들 키울 때였고, 은퇴할 나이에 할 일이 너무 많으니까 (웃음)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아버님은 어디서 어떻게 만나셨어요?
먼 옛날에 4H 클럽에서 교육받으면서 만났어요. 그때 ‘ 이 사람은 참 열심히 사는구나' 했어요 진짜 열심히는 살더라고요. (웃음) 고생은 별로 안 시켰어요 참 열심히 살고. 가정을 잘 꾸려왔죠.
‘4 에이치’는 지성(head)·덕성(heart)·근로(hand)·건강(health)의 뜻을 지닌 영어의 네 단어의 머리글자를 나타낸다. 4 에이치 운동은 농촌 발전에 뜻을 둔 대부분의 인사들이 참여해 왔고 많은 사회 지도자들을 배출하였으며, 영농과학화를 중심으로 농촌 발전을 이끄는 주역을 맡아왔다. (한국 민족 문화 대백과)
어떻게 하다가 비움 농장에 오시게 되셨어요.
노후에는 다 은퇴를 해야 하니까, 할 수 있는 걸 찾았어요. 조상님들 산 한 12만 평이 여기 있으니까 그걸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여기에 왔죠.
적적하진 않으세요?
키우는 강아지 백구가 항상 주인 옆에 요만큼 떨어져서 지켜줘요. 하루 종일.
비움 농장이라는 이름만큼, 무언가 초월하신 마음이 느껴져요.
세월이 오래 흘러가면 그렇게 생각하게 되지. 젊었을 땐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한데, 환갑이 지나가면, ‘이때까지 잘 살아왔구나. 앞으로 아프지 말고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도 나가서 자기 몫만 잘하고 있으면 그걸로 되었고요.
행복해 보이세요.
나이가 먹다 보니까 뭐든지 긍정적으로 변해요. 겁이 많아서 많이 벌리는 건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할 수 있는 것만큼만 하고요.
애들 키울 때는 만 원짜리 이상을 안 사봤어요. 시골에서 과외시키는 것도 아니고, 학원 조금 보내고 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만 원짜리 이상은 안 사봤어요.
지금은 큰딸이 메이커 화장품, 가방, 옷, 뭐 다 사다 줘요. 먹을 것도 챙겨주고요. 베지밀 초코파이 과일 냉장고도 꽉꽉 채워줘요. 술도 잘 안 마시지만 와인도 다 사다 주고요. 지금이 가장 행복할 때일 것 같아요.
조금 더 있으면 몸도 아플 수 있지만, 그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아직은 건강하니까 지금이 행복해요.
딸들이 효도하고 아들내미도 워낙 심성이 착해서 일을 많이 도와주고요
따님 아드님이 정말 착하신 것 같아요.
옛날에 학교 상담을 가니까, 올바른 부모님께서 키우면 애들도 올바르게 큰다고 했던 말들이 기억이 나요 걱정하시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부모가 열심히 살면 아이들도 잘 따라서 착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시간들을 지나, 이제 돌아보니 어떠세요?
지나고 보면 그래. 이렇게 살으라는 뜻이었구나.. 하지. 서로 이해하면서 사는 게 좋은 것 같아.
보통 몇 시부터 하루를 시작하세요.
잠은 이제 나이가 먹으니까, 다섯 시 되면 깨요. 옛날엔 어른들이 깨우면 왜 깨우나 싶었어요. 이제 나이가 먹으니까 잠이 안 와. 농민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요
적적하진 않으세요?
손님들도, 친구들도 끊임없이 오니까 계속 오니까 심심할 틈이 없어요.
다시 태어난다면, 아버님과 다시 결혼하실까요?
그래야 할 것 같아. 바가지를 긁지만 그만큼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아빠가 말은 쌀쌀맞게 하는데, 내가 바가지를 긁어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계시거든.
아빠는 나랑 결혼 안 할 거야. (웃음) 내가 책을 안 봐서. 책 안 본다고 맨날 구박받거든.
https://www.youtube.com/channel/UCOZQUcZ_EukyhQLhRIXq7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