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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변인팬클럽 Sep 04. 2020

다시 찾은 나, 시니어 패션 인스타그래머, 헬렌

#ageless #effortless  #affordable 




가늠이 되실까요? 패셔너블한 위 사진 속 주인공의 나이를요. 

나이도 이름도 모른 채 인터뷰는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사실 본명을 알 필요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만나러 온 사람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이에 제한 없는, 그러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패션을 보여주는 시니어 인스타 그래머 헬렌이었으니까요. 


인스타그램에서 보아왔던 여느 사진과 같이 선글라스를 끼고 인터뷰를 진행해도 되는지 그녀가 물어봅니다. 


"그럼요, 편하실 데로 해주세요" 


선글라스를 끼고 멋진 자주빛깔 로브를 걸친 당당한 그녀는 다양한 패션 코드 만큼이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woJVIQB8mw&feature=youtu.be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다 밝혀야 하나? (웃음) 정말 패션을 좋아하고, 스타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언제부터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어요?

내가 시골에서 자랐어. 패션이란 용어도 몰랐지만, 옷을 좋아했어. 


그러다 대학생 때 은행에서 알바를 했어. 아르바이트비가 꽤 괜찮았어. 명동, 지금 사라진 한일은행에서 알바를 4년 내리 하게 된 거야. 남대문시장 명동도 가까우니까, 그때 옷을 한두 개씩 사게 되었어. 


그때 욕망이 생겼던 것 같아.  교수님 친구들도 “너 옷을 잘 입는다"라고 얘기해주었어. 이건 내 자랑 같은데(웃음)  한 친구가 “너는 파리지앤느 같아"라고 말해줬어.  기분은 좋았지, 그런데 나는 항상 저렴한 걸 입었기 때문에 자신감은 없었어. 




그리곤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까 나를 위해서 충분히 무언가를 할 수는 없었어. 틈틈이 관심을 가지고 여행 갈 때 옷을 많이 들고 가서 화보처럼 사진도 찍고 포토북도 만들고 했어. 아이들도 패션에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우리 집에선 “ 너 공부 잘했네' '성적 잘 나왔네' 이게 칭찬이 아니라  “오! 너 오늘 스타일 괜찮은데 ‘ 이게 칭찬이었어. 



그러면 인스타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항상 라이프 스타일엔 관심 있었어. 패션을 좋아한 거지,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느낀 건, 내가 패션을 잘 안건 아니었더라고. 그래서 오히려 더 재미있어. 모르는 걸 채워 나가니까.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무언갈 확! 욕심내어 한보다는 여유가 있지. 


인스타그램은 큰 애가 알려줬어. 두 아들이 독립하고, 시간이 많으니까 잡생각도 많아지고 오히려 애들도 괴롭히고 했어. 작년 10월쯤에 큰 애가 인스타그램을 연결을 해주더라고. 나를 멈춰있게 하지 않으려고 알려준 거지. 


엄마가 패션을 좋아하니까. 첨에 나는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잘 하는 사람만 하는 건 줄 알았어. 사진들을 보니까 퀄리티가 너무 좋은 거야 그래서 그 사진들이 셀카라고 생각도 못 했어. 


사실 첨엔 큰애가 다 찍어주겠지 하는 기대감도 있었어. 그런데 애가 냉정하게 나를 트레이닝 하더라고. 나 혼자 다 하게끔. 나를 독립시키려고 한 것 같아. 그래서 나가서 혼자 찍어보기도 하고. 마치 남이 찍어보는 것처럼 구도가 나오기도 하더라고. 그러다 코로나를 만나서 이제는 집에서 주로 찍게 된 거지. 




사진을 보면 정말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 그리고 무드를 자유자재로 소화하세요. 스타일링 할 때 기준이 있으세요?

내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어. 뉴트럴톤을 내가 소화를 잘 못한다고 생각했어. 컬러풀한 색이 나랑 맞는다고 생각했거든. 아까 내가 패션을 잘 몰랐다는 생각이 든 게 그 부분이야. 갇혀있었던 것 같아.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스타일로 확장해서 가는 것 같아. 


지금 내 패션은 고정된 건 아니고, 더 받아들이고 확장하고. 하는 것 같아. 


SPA 브랜드에 대한 고민도 있어. SPA 패션 특징상 가지는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있잖아. 그런데 내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요즘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잖아.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그래서 SPA 브랜드들도 변화하려고 하고 지속 가능한 제품들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게 보여. 








인스타그램 소개 해시태그에 #ageless #effortless  #affordable 라고 쓰여있던데, 어떤 뜻이에요?

사실 인스타그램이 내게 이런 변화를 주리라곤 생각 못 했어. 이때까지 '내가 내 정체성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주어진 대로 살았었지.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던 것 같아.


그런데 이 질문을 하지 않고서는 나아갈 수가 없더라고. 


첨엔 열정으로만 했어. 그러다 부딪힌 거지. "이게 뭐지, 나는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정리하기 시작했어. 그 1단계라고 생각해. 그 단계에서 적어둔 게 그 키워드들이야. 하지만 이것 또한 열려 있어. 


난 나이 관계없는 패션을 지향하고, 편하게 걸칠 수 있는 것 좋아하고. 소화될 수 있는 가격대를 선호하더라고. 

그런데 또 어떻게 앞으로 갈진 모르겠어.  아직은 더 찾아내고 싶어. 이게 인스타가 준 가장 큰 선물이야. 패션으로만 국한될 것 같진 않아. 





토종 한국파인 그녀가, 각국의 패션 인스타그래머들과 소통하기 위해, 한 땀 한 땀 써내려간 사려깊은 메시지.

이런 자기 성찰 혹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인스타그램에 글로 더 남기셔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은 단문으로 하고 있어 자신이 없어서. 조금 더 긴 글로 나를 더 드러내고 싶어. 


내가 팔로우하는 몇몇 친구들은, 여자 보스 대장 같은 메시지를 툭툭 던지는데, 너무 좋았어 멋있고. 패션도 멋있는데 던지는 그 메시지 자체가 너무 좋은 거지. 나도 게으름 피우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 친구들을 보면 그렇게 못하는 거야.



가족들의 반응은 어떠셨어요?


남편이 항상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말해. '가정을 위해서 당신을 희생하지 마라', '힘들어도 당신을 위해 살아라.' 내가 무엇을 하려는 기회를 막은 적이 없었어 오히려 내가 머뭇거렸지. 남편이 기회를 계속 줬어. 




자세나 포즈가 되게 좋으세요. 


이 나이에 비로소 알게 된 건데 꾸준함의 힘. 그게 엄청 대단한 것더러 구. 젊었을 땐 쌓아지는 힘을 몰랐는데, 그게 평범한 것도 그것보다 더 나은 걸로 해주는 것 같더라고. 


플라밍고를 엄청 오래 했어. 내가 유연한 사람 아닌데 한 3년 정도 했어. 스트레칭도 많이 했지.  여기에 문화센터에 시니어 워킹 반도 들었어.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올 스톱 되었지) 그러다 보니까 자세도 좋아졌어. 그게 도움이 많이 되었어. 




선글라스를 계속 쓰고 계시던데. 

쓸 때와 안 쓸 때가 자신감의 차이가 커. 






저희는 이제 30대에 접어들었어요. 헬렌님 아드님들도 그렇고요. 헬렌님의 30대는 어떠셨나요? 


30살… 결혼해서 큰애 둘째가 있겠네.. 전업주부였지 남편은 무역을 했어. 경제적으로도 엄청 힘들었어. 애들도 힘들었어. 삼십대는 하루하루 사는 게 바빴어. 힘들었지. 



그 시간을 지나고, 이렇게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제대로 직면해서 고민하시고, 또 결과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너무 멋져요. 

나는 끈기가 없는 사람이야. 그래서 그걸 많이 탓하기도 했어. 근데 나이가 들다 보니까 생각이 달라지더라고. 


처음 열정이 넘쳐있을 때 시도해봤잖아. 성공에서 얻어진 경험도 있겠지만,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 시도해본 경험 자체가 나에게 준게 많았어. 어차피 뺄 거 뭣하러 담가 가 아니라 담가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거지. 과정에서 얻어지는 게 많았어. 











앞으로 더 시도해보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가요? 


내 연령대가 갖는 패션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어. 우리가 노년층이고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잖아. 그런데 백화점을 가도 우리 연령대에 맞는 패션이 사실 없어. 조금 더 나이 든 분들을 위한 패션이거나, 아니면 확 어린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거나. 혹은 너무 비싼, 데일리로 입을 수 없는 명품이거나, 너무 값이 싼, 질이 좋지 않거나. 그런 게 아쉬워. 그래서 우리들을 위한 브랜드를 나중에 만들어 보고 싶은 꿈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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